서방 경제제재 여파로 러시아 최대은행 스베르방크 유럽시장서 철수
동유럽 국가들, 러시아 국제금융기구서 탈퇴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서방 세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온갖 경제 제재를 쏟아냄에 따라 러시아 은행들이 심각한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을 겪는 등 금융시장이 불안정한 모습을 보인다고 로이터통신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러시아 중앙은행은 이날 은행권의 유동성 부족분이 6조9천억루블(약 83조4천900억원)로 전날 5조4천억루블(약 65조3천400억원)보다 약 28% 늘었다고 밝혔다.
서방 세계가 러시아 은행들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에서 배제하고 러시아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을 동결하기로 합의한 후 러시아 루블화의 가치는 급락하고 러시아 은행에서는 뱅크런이 발생하고 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이에 환율을 방어하는 차원에서 지난달 28일 기준금리를 기존 9.5%에서 20%로 대폭 인상했다.
이어 전날에는 환매조건부채권(레포) 매매로 은행권에 700억루블(약 8천470억원)에 달하는 유동성을 공급했고, 이날도 6조루블(약 72조6천억원)을 추가로 공급하기로 했다.
러시아 금융당국은 자본 유출을 막고자 지난달 28일부터 사흘 연속 주식 시장을 열지 않기도 했다.
그럼에도 러시아 금융회사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
러시아 최대은행인 스베르방크는 이날 유럽 시장에서 철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스베르방크는 성명에서 "유럽 내 자회사들이 비정상적인 현금 유출을 겪고 있으며 직원과 지점의 안전에도 위협을 받고 있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스베르방크는 모든 예금주에 예금을 지급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자본과 자산이 있지만, 유럽 자회사들에 유동성을 공급할 수 없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는 러시아 당국이 일정 규모 이상을 초과하는 외화의 국외 반출을 금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스베르방크의 유럽 내 총자산은 2020년 말 현재 130억유로(약 17조3천742억원)에 이른다.
스베르방크의 유럽 시장 철수는 서방 세계가 러시아를 고립시키려고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조치를 내놓는 가운데 러시아 기업이 직면하게 된 어려움을 극명하게 보여준다고 로이터통신은 설명했다.
스베르방크의 이번 철수 방침 발표 후 영국 런던증시에서 이 은행의 주가는 78.4% 폭락했다. 연초 대비로는 99.9% 떨어져 이날 주당 0.0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앞서 지난달 28일 유럽중앙은행(ECB)은 '스베르방크 유럽' 등 스베르방크 유럽 자회사 3곳의 파산 가능성이 크다고 발표했다.
이후 스베르방크 유럽의 소재지인 오스트리아의 금융당국은 스베르방크 유럽에 지급유예 조치를 한 데 이어 영업 중단 명령을 내렸다.
국제사회의 러시아 금융권과 '거리두기'는 계속되고 있다.
폴란드, 체코, 불가리아, 슬로바키아, 루마니아 등 동유럽 국가들은 과거 소비에트연방(소련) 시절 설립됐던 금융기구 국제경제협력은행(IBEC)과 국제투자은행(IIB)에서 탈퇴하겠다고 이날 발표했다.
이들은 공동 성명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정당하지 않고 무자비한 군사적 침략 때문에 우리는 IBEC와 IIB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두 국제 금융기구는 소련이 해체된 이후에도 계속 운영돼왔고, 2019년에는 본사를 기존 모스크바에서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로 이전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중앙은행은 이날 중앙은행의 중앙은행이라고 불리는 국제결제은행(BIS)에 러시아 중앙은행의 회원 자격을 박탈해달라고 촉구했다.
로이터는 세계 주요 은행들이 서방 세계가 부과한 각종 제재를 위반하지 않으려고 러시아와 관련한 사업에 자금 지원을 꺼리는 등 상당히 몸을 사리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예컨대 프랑스 은행 소시에테제네랄(SG)과 스위스의 크레디트스위스는 러시아산 원자재 거래 관련 자금조달을 하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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