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언론인 NYT 기고…"실제 민심은 도덕적 충격·공포 확산"
(뉴욕=연합뉴스) 고일환 특파원 =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러시아 정부의 강력한 언론 통제에도 불구하고 전쟁에 대한 죄책감을 느끼는 러시아인들이 적지 않다는 증언이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3일(현지시간) 러시아의 독립 언론 메두자의 알렉세이 코발레프 탐사보도 담당 에디터가 모스크바에서 보낸 기고문을 게재했다.
'러시아는 도덕적 패배에 고통받고 있다'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코발레프 에디터는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많은 러시아인은 본능적인 공포감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대부분의 러시아인은 우크라이나와 혈연관계가 없더라도 직장 동료나 지인 관계 등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이들이 겪고 있는 전쟁의 참사에 개인적으로 공감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한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사회의 제재가 불러올 경제적 고통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는 설명이다.
루블화가 폭락하고 물가가 오르는 상황에선 은행 계좌에 찍힌 잔고 액수는 의미가 없다. 하루빨리 예금을 찾아 생필품을 사두는 것이 최선이다.
이 때문에 은행의 현금인출기(ATM)에는 긴 줄이 늘어서 있다는 것이다.
코발레프 에디터는 "푸틴의 침략 때문에 러시아가 치러야 할 대가는 크다"라며 "일반적인 러시아인들은 세상으로부터 단절돼 더욱 가난해진다"고 지적했다.
국민의 고통이 가속하는 상황에서 러시아 당국은 여론통제를 강화하고 있다는 것이 코발레프 에디터의 설명이다.
최근 러시아 국영 여론조사기관에 따르면 러시아에서 68%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여론조사의 질문 문항에서는 '전쟁'이나 '침공'이라는 단어는 사용되지 않았다. 대신 "우크라이나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군사기지 건설을 차단하고 나치 세력을 견제하기 위한 러시아 정부의 특수 군사작전을 찬성하는가"라는 질문이 사용됐다.
러시아 정부가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국민 지지를 얻기 위해 세부적인 표현까지 통제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러시아 정부는 '전쟁'이나 '침공' 같은 표현을 사용한 독립 언론사에 대한 탄압에 나선 상황이다.
다만 코발레프 에디터는 러시아 내부에서도 반전 분위기가 적지 않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모스크바 등 대도시 거리에선 '전쟁 반대'라는 낙서가 곳곳에서 목격된다. 당국이 낙서를 지워도 밤이 되면 다시 같은 낙서가 남겨진다.
2차 세계대전 참전자들을 위해 모스크바 붉은 광장 인근에 세워진 키이우(키예프) 기념탑 앞에 꽃을 두는 시민들도 적지 않다.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난하는 러시아인들의 청원에는 이미 100만 명 이상이 서명했다.
코발레프 에디터는 향후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승리를 선언하더라도 러시아는 이미 도덕적으로 패배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인들뿐 아니라 전 세계에 실존적인 위협이 되는 존재라면서 반드시 멈춰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kom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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