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철회·연기 잇달아…올해 상장 16개 종목 중 8개 공모가 하회
(서울=연합뉴스) 채새롬 기자 = 최근 증시 부진으로 투자심리가 얼어붙으면서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이던 기업들의 상장 철회나 상장 연기가 잇따르고 있다.
증시 변동성이 심화함에 따라 상반기까지는 IPO 시장 침체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달 코스닥시장 상장을 앞두고 있던 신재생에너지 기업 대명에너지는 지난달 28일 상장을 철회했다.
지난달 23∼24일 기관 수요예측에서 다수 기관이 희망 공모가 범위(2만5천∼2만9천원) 하단보다 낮은 가격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대명에너지 측은 "최종 공모가 확정을 위한 수요예측을 했으나 회사의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기 어려운 측면 등 여러 가지 여건을 고려해 일정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월에도 현대엔지니어링이 상장 절차를 밟다 같은 이유로 철회했다.
올해 들어 한국의약연구소, 파인메딕스, 미코세라믹스, 퓨처메디신 등 4곳이 상장예비심사 청구를 철회했다.
상반기 기대주로 관심을 모았던 마켓컬리는 아직 거래소 상장예비심사 청구를 마치지 못해 하반기로 상장이 미뤄지게 됐다.
올해 상장에 성공한 공모주들의 성적도 좋지 않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3일까지 유가증권시장·코스닥시장에 상장한 16개 종목(스팩 제외) 중 8개 종목이 4일 종가 기준 공모가를 하회하고 있다.
이들 16개 종목의 평균 수익률은 20.12%로, 작년 신규 상장 기업(스팩 제외)의 상장 3개월 후 주가 수익률 32%에 미치지 못한다.
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로 결정되고 상한가로 치솟는 이른바 '따상'에 성공한 종목도 케이옥션(종가 기준) 한 곳뿐이다.
증권가에서는 증시 불안정이 이어지는 만큼 상반기까지 IPO 시장 한파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당장 3월 수요예측에 나서는 기업도 유일로보틱스, 공구우먼 등 5곳으로 1월(10곳), 2월(9곳)보다 적어졌다.
나승두 SK증권[001510] 연구원은 "연초부터 글로벌 긴축 분위기에 더해 우크라이나 전쟁 이슈가 더해지면서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들은 적정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시장 방향성과 타이밍을 살피는 분위기"라며 "공모가를 적절히 평가받기 위해 눈치싸움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투자자 예탁금은 60조원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어 시장 유동성은 여전히 풍부한 편"이라며 "변동성이 잠잠해지고 증시 분위기가 돌아서면 하반기에는 IPO 속도를 내려는 기업들이 연이어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모주 투자에 관심이 있는 투자자들은 '옥석 가리기'가 더욱 중요해졌다.
나 연구원은 "메타버스, IT, 2차전지 소재 기업 등은 작은 기업이어도 최근 공모 청약 경쟁률, 수익률이 잘 나왔다"며 "전방 산업의 성장성이 확보된 기업, 보수적인 관점에서 눈높이를 낮춰서 상장하는 기업인 경우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볼 수 있겠다"고 조언했다.
srch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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