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군 자포리자 원전 장악…우크라 남부항구 마리우폴 포위공격

입력 2022-03-05 06:28   수정 2022-03-05 10:43

러군 자포리자 원전 장악…우크라 남부항구 마리우폴 포위공격
개전 9일째 북부·동북부서는 러 공격 효과적으로 방어
인도적통로 개설합의 진척 없어…푸틴 "우리 조건 이행돼야 협상"



(이스탄불=연합뉴스) 김승욱 특파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9일째인 4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이 유럽 최대 원자력 발전소인 우크라이나 남부의 자포리자 원전을 장악했다.
수도 키이우(키예프)를 중심으로 한 북부 지역에서는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의 파상적인 공세를 효과적으로 방어하고 있는 가운데 남부에서는 헤르손을 함락한 러시아군이 아조프해변의 또 다른 항구도시 마리우폴을 비롯한 해안지역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러시아군이 포위 공격 퍼붓고 있는 마리우폴에서는 전기, 온수, 난방이 차단되고 식량마저 바닥을 드러내고 있어 인도적 재앙이 예상되지만 전날 양국 회담에서 합의된 인도적 통로 개설은 진척되지 않고 있다.
러시아군은 이날 아침 우크라이나 전체 전력 생산의 4분의 1을 담당하며, 단일 단지로는 유럽 최대 규모의 원자력 발전소인 자포리자 원전을 교전 끝에 장악했다. 이 과정에서 원전 경비원 가운데 사상자가 발생했다.
또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원자로 1호기 격실이 일부 훼손됐고, 원전 단지 바깥 5층짜리 교육 훈련용 건물에 화재가 발생했다.
계속된 러시아군의 공격에 화재 진압이 한때 난항을 겪었으나 결국 진화에는 성공했으며, 방사능 수치의 변화도 포착되지 않았다.



미국·영국 국방부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 북쪽의 체르니히우와 북동쪽의 코노토프·수미 등을 포위했으며, 제2의 도시 하리키우(하리코프)와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 역시 포위 공격을 받고 있다.
키이우를 향하던 러시아군 주력 부대가 여전히 키이우 북쪽 약 25㎞ 지점에서 남하하지 못하고 64㎞에 달하는 행렬을 이룬 채 멈춰 서 있는 것으로 미국은 파악하고 있다.
미 국방부 관계자는 우크라이나의 교량 파괴, 러시아군의 연료 및 식량 부족과 사기 저하 등의 이유로 키이우 북쪽의 러시아군이 발목을 잡힌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전황 타개를 위한 러시아군의 공습에 키이우 주(州) 마르할리우카 마을의 주거에서 어린이 2명을 포함해 최소 7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우크라이나 경찰이 밝혔다.
러시아군은 체르니히우와 하르키우를 포위하고 있으나 도시 외곽에서 약 10㎞ 떨어진 곳에서 더 진격하지 못하고 있다.
미 국방부는 개전 이후 러시아가 미사일 500발 이상을 발사했으며, 침공을 위해 우크라이나 국경에 집결한 러시아군의 92%가 우크라이나 영토 내로 진입한 것으로 평가했다.
또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에도 우크라이나의 전투기와 방공망이 완전히 파괴되지 않고 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방어하고 있는 북부·동북부와 달리 남부 전선에서는 러시아군이 비교적 빠른 속도로 점령 지역을 넓혀가고 있다.
러시아군의 포위 공격을 받고 있는 마리우폴의 바딤 보이첸코 시장은 "지난 5일간 전기와 식수 난방 공급이 끊겼다"며 "민간인이 대피할 수 있는 인도주의 통로가 설치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전날 크림반도 인근 헤르손을 장악한 러시아군은 이날 헤르손과 흑해 최대의 항구도시인 오데사 사이의 미콜라이우를 공격했으나, 우크라이나군은 이를 격퇴했다고 주장했다.
올렉시 레즈니코프 우크라이나 국방부 장관은 이날 SNS를 통해 개전 이후 러시아군은 1만 명이 넘는 사상자를 냈다고 밝혔다.
그는 "이미 파괴된 러시아 기갑 차량을 1대나 2대가 아니라 대대나 여단 단위로 세고 있다"며 "우리 군은 지난 8년간 우크라이나의 방위산업체가 제공한 것보다 많은 전차와 장갑차를 전리품으로 얻었다"고 전했다.


마리우폴을 비롯한 격전지에서 민간인들이 대피할 수 있도록 안전통로를 만들기로 양국이 합의한 지 하루가 지났지만 별다른 진척이 없는 가운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상대방이 안전 통로 개설을 방해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양측은 이번 주말 3차 회담을 하기로 하고 구체적인 시기와 장소 등을 조율 중이지만 영토문제 등에 관해 견해차가 워낙 커 갈등의 근본적 해결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대화에 열려 있다"면서도 우크라이나 중립국화 및 비핵국가화, 크림의 러시아 귀속 인정, 돈바스 분리독립의 인정 등 요구 조건이 이행된다는 전제하에서만 협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kind3@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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