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러, 소도시 2곳 무차별 공격…본보기 차원"

입력 2022-03-05 11:51  

[우크라 침공] "러, 소도시 2곳 무차별 공격…본보기 차원"
英매체, 현지주민 등 인용 보도…"저항 세력 기 꺾으려 의도적 파괴"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저항 세력의 기를 꺾을 목적으로 전략적 가치가 없는 소도시 두 곳에 무차별 공격을 퍼부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우크라이나 정부군 영향권에 있는 도네츠크주 볼노바하시(市)와 루한스크(루간스크)주의 소도시 스챠스티아가 러시아군의 맹렬한 공격으로 심각한 피해를 겪었다고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주요 전선에서 떨어져 있는 이 도시들은 전략적 가치가 딱히 없는 곳인데도 끊임없이 포격과 폭격을 진행하며 파괴를 자행했다는 것이다.
볼노바하에 지역구가 있는 우크라이나 의회의 드미트로 루비네츠 의원은 "5분마다 박격포탄이나 포격이 떨어져 마을 내 모든 건물이 직간접적 피해를 봤다"면서 주민 수천 명이 지하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볼노바하에는 정부군이 주둔하지 않는데도 공격을 받고 있다면서 민간인 대피를 위한 '인도주의적 통로' 제공 요청에도 러시아군이 응답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지 매체 인테르팍스 우크라이나는 이날 오전 볼노바하 인근에서 러시아군 수호이(su)-34 전폭기가 정부군에 격추되는 일이 있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군 당국은 이 전폭기가 인근 민간시설을 폭격했다고 주장했다. 소셜미디어에는 여러 상점과 가옥이 파괴돼 뼈대만 남은 모습을 보여주는 동영상이 올라오고 있다.



볼노바하와 마찬가지로 공격 대상이 됐다는 스챠스티아에서 탈출한 한 주민은 폭격과 포격으로 도시의 80%가 파괴돼 화를 피한 건물이 거의 없을 지경이라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군의) 공격 탓에 도시에 있는 사람들은 3∼4일간 물, 가스, 전기도 없이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두 도시는 2014년부터 이어져 온 정부군과 친러 분리주의 반군 간 저강도 분쟁의 최전선이었다.
그런 까닭에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현시점에선 전략적 가치가 없는데도 보복과 본보기 차원에서 무차별 공격이 이뤄지는 것이라고 루비네츠 의원은 주장했다.
실제, 도네츠크 지역의 친러 반군 정부인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은 이날 러시아 국영 방송에 출연해 볼노바하를 정부군으로부터 탈환하는 작전이 끝나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가디언은 "러시아군이 보이는 행태는 체첸의 그로즈니나 시리아군과 합동작전을 펼쳤던 알레포에서처럼 도시를 황무지로 만들고 떠나는 것"이라면서 "민간인이나 학교·병원 등 필수시설에 대한 공격은 국제법상 불법이고 전략적 이점도 없지만 저항하는 시민의 기를 꺾는 데는 아주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볼노바하시 인구는 2만1천여명, 스챠스티아시는 1만1천여명이다.
유엔인권사무소는 이날 우크라이나 동부 일부 도시에서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했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이와 관련해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면서 볼노바하를 그러한 도시 중 하나로 언급했다.
하지만, 러시아 국방부는 "러시아군은 민간인을 위협하지 않으며 민간시설을 공격하지 않는다"면서 러시아군 통제 지역에 민간인 대피를 위한 안전 통로를 조성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pual07@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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