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 여부, 국제유가 급등 상황·세수·대통령 당선인 의지에 달려
(세종=연합뉴스) 박용주 차지연 곽민서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국제유가가 치솟자 정부가 현재 20%인 유류세 인하율의 확대를 향후 검토할 수 있다는 방침을 내놨다.
만약 정부가 시행령 개정을 통해 가능한 최대치인 30%까지 인하율을 올린다면 소비자들은 휘발유 리터(L)당 305원을 절감할 수 있을 전망이다.
다만 정부가 유류세 인하율 확대를 최종적으로 결정하려면 국제유가 상승세와 고유가 지속 기간, 세수, 대선 당선인과 새 정부의 의지 등 여러 조건이 맞아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유류세 인하, 법정세율의 30%로 늘리면 휘발유 리터당 305원↓
6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유류세 20% 인하 조치를 7월 말까지 3개월 연장하면서 향후 유가 추이에 따라 유류세 인하율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 급등세를 이어가면서 유류세 인하 조치의 '약발'은 상당 부분 떨어진 상태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이달 첫째 주 국내 주유소 휘발유 판매 가격은 리터당 1천764원으로, 정부가 유류세 인하 조치를 결정한 지난해 11월 둘째 주의 리터당 1천807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세가 국내에 시차를 두고 반영될 것을 고려하면 휘발유 가격 추가 상승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휘발유 1L를 구매할 때는 원래 529원의 교통·에너지·환경세(교통세)와 138원의 주행세(교통세의 26%), 79원의 교육세(교통세의 15%) 등 746원의 유류세와 유류세의 10%에 해당하는 부가가치세까지 820원의 세금(기타 부가세는 제외)이 붙는다.
정부가 유류세 20% 인하 조치를 시행하면서 현재 휘발유 1리터당 세금은 교통세 423원, 주행세 110원, 교육세 63원에 부가세까지 총 656원으로 기존보다 164원 내려갔다.
그러나 유류세 인하에 따른 휘발유 가격 감소분이 어느새 상당 부분 상쇄됐고 조만간 휘발유 가격이 유류세 인하 전을 뛰어넘을 가능성도 제기되면서 정부는 '유류세 인하율 확대 검토' 카드를 꺼내 들었다.
법적으로 시행령 개정을 통해 적용이 가능한 유류세 인하율 최대치는 30%다.
만약 인하율이 30%로 확대된다면 휘발유 1리터당 세금은 574원으로 내려간다. 유류세 인하 전보다는 246원, 인하율 20% 적용 때보다는 82원이 줄어드는 것이다.
기존 교통세가 탄력세율이 적용돼 법정세율 리터당 475원보다 소폭 높은 리터당 529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실제로는 이보다 더 크게 세금을 줄일 수 있다.
탄력세율 리터당 529원이 아닌 법정세율 리터당 475원을 기준으로 30%를 인하한다면 유류세는 516원까지 내려간다. 유류세 인하 전보다는 305원, 현재 시행 중인 인하율 20% 적용보다는 141원이 줄어드는 것이다.
◇ 유가 더 올라 지속돼야 검토…세수 감소 부담, 대선도 변수
다만 유류세 인하율 확대가 실제 이뤄질지 현재로선 장담하기 어렵다. 유가 상황, 대통령 당선인의 의지, 세수 등 다양한 조건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향후 국제유가가 현 수준보다 가파르게 상승해 경제 불확실성이 더 확대될 경우 유류세 인하 폭 확대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4일 기준으로 두바이유는 배럴당 108.8달러, 브렌트유는 118.1달러,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115.7달러를 기록 중이다.
유가가 배럴당 120달러를 넘어 15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예측이 있지만, 실제 유가 추이는 우크라이나 사태 전개 상황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정부는 현재보다 더 높은 수준의 유가가 일정 기간 지속돼 국내 체감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칠 경우에 유류세 인하율 확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라, 유가가 어느 정도 진정세를 보이면 유류세 인하율 확대 검토는 '없던 일'이 될 수 있다.
정부가 쉽게 유류세 인하율 확대를 결정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세수 문제다.
유류세를 20% 인하하면 세수는 한 달에 4천500억원 감소한다. 이미 기존 조치를 3개월 연장하기로 해 추가 세수 감소는 1조4천억원에 달할 전망인데 인하율을 30%로 올린다면 세수 감소는 2조원을 넘길 것으로 추산된다.
오는 9일 대통령선거 당선인과 인수위원회의 의지도 중요한 변수다. 대선 이후 정책 추진의 무게중심이 당선인과 인수위로 옮겨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대선 후 상황에 따라서는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이 필요한 유류세 환급이나 저소득층 유가 보조금 등 추가 고유가 대책이 검토될 수도 있다.
정부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150달러 턱밑까지 위협했던 2008년 유류세 인하와 함께 유가환급금·보조금을 지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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