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130달러선 돌파…화학 시황 둔화에 나프타 가격 급등까지
정유사는 실적 상승 예고 속 수요 감소 부메랑 우려
(서울=연합뉴스) 김영신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거듭하면서 국내 정유·화학업계의 불확실성도 더욱 커지고 있다.
화학업계는 원재료인 나프타(납사) 가격이 오르면서 실적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 정유업계는 단기적으로는 실적이 크게 개선될 전망이나 고유가와 고환율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오히려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7일 업계에 따르면 국제유가는 이날 장중 130달러를 넘어섰다. 브렌트유는 장중 한때 18% 폭등해 139.13달러에 거래됐으며,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130.50달러까지 뛰어올랐다.
이는 각각 2008년 7월 이후 최고가다.
국내 수입 원유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는 지난 2일 배럴당 110.05달러로 100달러 선을 돌파한 뒤 3일 116.65달러, 4일 108.84달러로 등락을 반복하면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국제유가 급등은 미국의 러시아산 수입 금지 검토와 이란 핵 협상 지연 소식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유가 급등과 원재료 수급의 불안정성이 커지면서 국내 화학업계가 당장 영향권에 들었다. 원재료인 나프타의 가격이 상승하면서 원가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 사용하는 나프타 가운데 수입산 비중은 약 20%이고, 이 중 약 23%가 러시아산으로 가장 많다.
이달 첫째 주 나프타 가격은 톤(t)당 1천112달러로, 주간 기준으로 22.1% 상승했다.
만약 러시아산 나프타 수입이 제한되면 다른 나라의 나프타로 수요가 몰리면서 가격 추가 상승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로 운임비도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화학업계 입장에서는 원재료와 물류비 부담은 커지고, 제품 가격 상승으로 인해 수요가 둔화되는 겹악재를 맞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국내 화학업계의 상반기 실적은 부정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대체적이다.
현대차증권[001500] 강동진 연구원은 "나프타 분해 설비(NCC) 업체들은 공급 과잉에 더해 원재료 부담까지 커지며 수익성이 당분간 크게 악화될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 국내 NCC 가동률 저하가 불가피하며, 다운스트림 업체들까지 포함해 업계 전반 수익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유업계는 고유가와 정제마진 개선이 겹쳐 큰 폭의 실적 상승이 예상된다.
우선 국제유가가 오르면 정유사가 저유가일 때 사들였던 원유 비축분의 가치가 상승하면서 재고 평가이익이 커진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유가가 연일 급등하고 있어 국내 정유사들의 이익은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정제마진은 최종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비 등을 뺀 금액으로, 정유사의 수익을 결정짓는 핵심 지표다. 정제마진 기준 손익분기점은 보통 4달러 정도로 알려졌는데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지난 2월부터 배럴당 7∼10달러 선을 오가며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신영증권[001720]은 SK이노베이션[096770]의 1분기 영업이익이 정유 부문 실적 호조를 바탕으로 전년 동기보다 78% 상승한 8천93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순수 정유업체인 에쓰오일은 영업이익이 36% 상승한 8천57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이런 수혜로 웃을 수만은 없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고유가가 장기화될 경우 석유제품의 가격이 급등하면서 수요가 위축되고 정제마진 둔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러시아산 원유 공급 불안정성으로 인한 리스크도 점점 커지고 있다.
메리츠증권[008560] 노우호 연구원은 "유가 강세가 정유사의 재고 이익에 반영되겠지만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이익) 강세가 건전한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결국 고유가 장기화에 따른 코스트 압박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shin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