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30년 전엔 우리도…" 내전 악몽 떠올리는 사라예보

입력 2022-03-07 12:09  

[우크라 침공] "30년 전엔 우리도…" 내전 악몽 떠올리는 사라예보
보스니아 내전 당시 세르비아계 포위에 46개월 고립
'유럽의 킬링필드'서 11만명 사망…"누구보다 그 공포 잘 안다"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우리도 저랬죠. 아주 오래된 일도 아닙니다."
유럽의 작은 나라 보스니아의 수도 사라예보 주민들이 건너편 우크라이나에서 들려오는 러시아의 침공 소식에 착잡한 심정을 감추지 못한다고 미 AP 통신이 6일(현지시간) 전했다.
1992∼1995년 참혹했던 보스니아 내전 당시 사라예보 주민들은 세르비아계 세력에 포위돼 무려 46개월 동안 공포에 떨며 갇혀 지내야 했다.
당시 내전은 1991년 보스니아가 유고 연방에서 독립하려는 데 세르비아계가 반발하면서 불거졌다.
보스니아계(이슬람교), 세르비아계(정교회), 크로아티아계(기독교)가 뒤엉킨 인종, 종교간 갈등이 폭발하면서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피비린내가 가시지 않았다.
10만 명 가까이 사망하고 200만명의 난민이 발생한 내전에서 특히 사라예보 포위전은 이른바 '유럽의 킬링필드'라는 오명을 남겼다.
포위 기간 어린이 1천여명을 포함해 1만1천명이 숨졌으며, 생존자도 전기, 식량, 물이 끊기고 외부와 철저히 고립된 채 생지옥을 겪어야 했다.
우크라이나에서도 마리우폴, 하르키우 등 여러 도시가 러시아군에 포위된 상태다.
세르비아계 무장대원의 총구에 가족과 이웃이 무참히 학살당하는 와중에 가까스로 살아남은 주민들은 자신의 비극적 기억을 유럽 건너편 우크라이나에 투사하고 있다.
한 주민은 "우리는 그들이 어떻게 느끼는지 안다. 우리는 현대사에서 가장 긴 포위를 겪었다"며 "어떤 전쟁이라도 고통스럽고 어떤 민간인 공격이라도 혐오스럽지만 특히 우크라이나 상황은 자칫 우리와 비슷해질까 봐 트라우마에 시달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지하 대피소에서 산모가 아기를 낳았다는 TV 뉴스를 보고 "마치 데자뷔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어 "평범한 우크라이나 주민은 그들의 집과 학교, 병원이 러시아의 빗발치는 폭격을 받는 것을 보고 전쟁을 실감하게 될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마취과 의사라는 이 주민은 사라예보 병원 앞에서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시위에도 동참했다고 한다.
시위에서는 우크라이나를 상징하는 푸른색, 노란색 풍선을 손에 들고 러시아 침공을 규탄하고 우크라이나 주민에 연대와 공감을 표시했다.
보스니아 내전은 3년에 걸친 피바람 끝에 미국 등 강국의 중재로 가까스로 봉합됐으나 지금까지도 이른바 '한지붕 두체제' 아래 불안한 평화를 유지 중이다.
newglas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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