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전전 수세 몰린 러시아, 내부 언론 통제 강화

입력 2022-03-07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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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전전 수세 몰린 러시아, 내부 언론 통제 강화
국제사회 러 규탄, 우크라이나 지원…우크라이나 지도부 효율적 소통
"푸틴은 국제여론보다 자신에 대한 내부 평가가 중요" 분석도



(서울=연합뉴스) 송병승 기자 = 현대전에서 선전전은 전쟁의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중요한 전략 요소로 평가된다.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한 이후 전황의 유불리와는 별개로 선전전에서 러시아는 수세에 몰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제사회가 한목소리로 러시아를 규탄하고 우크라이나 편에 서면서 이번 전쟁은 선명하게 선과 악의 대결로 비치게 됐다. 막강한 '미디어 파워'를 가진 서방 언론이 우크라이나 쪽에 가세한 것도 선전전에서 러시아를 압도하는 이유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전쟁 전에 미숙한 외교로 비판받기도 했으나 개전 이후 우크라이나 국민의 결사 항전을 이끄는 '영웅'으로 떠올랐다. 그는 SNS를 이용해 효율적으로 국민과 소통하고 있으며 감동적인 연설로 국제사회의 지지를 끌어내고 있다.
드미트로 쿨레바 외무장관과 올렉시 레즈니코프 국방장관도 전황을 소상하게 국민에게 전달하고 외국 언론에도 명확하고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맨몸으로 러시아 탱크를 저지하고 화염병을 만드는 등 우크라이나인들의 눈물겨운 항전 소식은 주류 언론과 SNS를 통해 전세계에 생생히 전파되고 있다.
반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국제사회에서 신뢰할 수 없는 지도자로 낙인찍혔다.
그는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 여러 차례 거짓을 말했으며 결정적으로는 전쟁의 명분으로 우크라이나의 이른바 '나치 정권'(친서방 정권)을 척결하겠다고 내세운 것이 명백한 오류로 드러났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유대인 출신인데다 우크라이나에서 극우 정당은 미미한 지지율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속전속결을 예상했던 전황이 교착상태에 빠질 조짐을 보이고 러시아군의 공격에 민간인 피해가 커지면서 푸틴 대통령에 대한 세계 여론은 더욱 악화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 서방 언론은 푸틴 대통령의 정신 건강에 대한 의구심마저 제기했다.
이 같은 상황 전개는 과거 러시아의 선전전 능력에 비추어 이례적이다.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합병 당시 러시아는 가짜 뉴스를 효율적으로 이용해 선전전에서 우위를 점했다. 또한 2016년 미국 대선에서 러시아는 도널드 트럼프를 당선시키기 위해 가짜 뉴스를 퍼뜨려 결과적으로 효과를 보기도 했다.



우크라이나가 SNS를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반면 러시아는 이제 내부의 저항과 반전 여론을 막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개전 이후 러시아에서는 반전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6일 하루에만 러시아 전역 56개 도시에서 시위가 벌어졌고 러시아 당국은 4천300명 이상을 체포했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본격화한 언론 압박과 통제 속에 러시아 현지 독립언론이 잇따라 문을 닫거나 보도를 중단했고 영국 BBC도 러시아 내에서 보도를 일시 중지하기로 했다.
러시아 언론 감독 당국은 지난 4일 반정부 성향 라디오 방송 '에호 모스크비'(모스크바의 메아리)와 TV 방송 '도즈디'(비)의 방송을 중단시켰다. 또한 마지막으로 남은 독립 언론 '미디어 조나'도 당국의 검열로 보도를 중단했다.
미디어조나는 6일 발표한 성명에서 "러시아 당국이 당사 보도를 차단하기 시작했다"면서 "이는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는 일을 정직하게 취재하고 침공을 침공이라고 전쟁을 전쟁이라고 썼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당국은 허위 정보 유포를 이유로 페이스북과 트위터 접속을 차단했다.
러시아 하원은 지난 3일 러시아군 운용에 관한 명백한 허위 정보를 공개적으로 유포할 경우 최대 3년의 징역형에 처하고, 만일 그런 허위 정보가 중대한 결과를 초래했을 경우 최대 15년의 징역형을 부과토록 하는 형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러시아는 이처럼 해외 언론이나 국제 여론보다는 국내 언론 통제에 집중하고 있다.
미국 클렘슨대학 미디어 포렌식 연구소의 대런 린빌 수석연구원은 "국제 여론전에서 우크라이나가 승리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푸틴 대통령은 자국민이 그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고 지적했다.
songb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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