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로펌·로비 단체도, 무료로 소송·홍보 등 지원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맞서 미국이 직접 전투에 뛰어들지는 않았지만, 대대적인 무기 지원은 물론 사이버 작전과 워싱턴 내 로비 단체들을 통해 우크라이나를 돕고 있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은 러시아의 침공 후 1주일도 안 돼 재블린 미사일 등 1만7천 기가 넘는 대전차 무기를 육로를 통해 우크라이나에 공급했다.
이들 대전차 무기는 전쟁 초반 러시아 전차의 전진을 수차례 효율적으로 막아내는 1등 공신으로 활약하고 있다.
또 터키산 무장드론 바이락타르 TB2는 러시아 탱크와 전투 차량을 사냥하고 있다.
전투기 지원 방안도 논의 중이다.
미국은 폴란드가 우크라이나 조종사들이 다룰 수 있는 러시아제 미그(MiG)-29 전투기를 우크라이나에 넘기는 대가로 폴란드에 F-16 전투기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신속한 지원에 신경 쓰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8월 우크라이나에 8천만 달러 규모의 무기를 공급한다고 발표했지만, 11월이 되도록 지원이 마무리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달 26일 조 바이든 대통령이 3억5천만 달러 규모의 군사 원조를 승인하자 닷새 만에 계획했던 지원의 70%가 이뤄졌다.
이는 1948∼1949년 서베를린이 소련에 의해 봉쇄되자 서방 연합군이 수송기를 동원해 물자를 공급했던 '베를린 공수작전'을 떠올리게 한다고 NYT는 전했다.
하지만 러시아가 점령하는 우크라이나 영토가 갈수록 넓어지면서 우크라이나군에 무기를 보급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를 공격하느라 서방의 무기 지원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했던 러시아가 이를 차단하는 쪽으로 눈을 돌릴 것이기 때문이다.
유럽 주둔 미군 특수작전 사령관을 지낸 마이클 리패스 전 소장은 이미 "우크라이나인들을 쉽게 도울 수 있는 창구는 닫혔다"고 말했다.
각종 정보전이나 사이버 공간에서의 지원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NYT는 동유럽 주변에서 '사이버 임무팀'이 비밀리에 활동하고 있으며 이들은 러시아의 사이버 공격과 통신을 방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미국과 독일 정보 요원들은 위성사진과 감청 등을 통해 러시아군의 위치를 파악, 우크라이나군에 거의 실시간으로 전달하고 있다.
컴퓨터 네트워크를 활용해 전력망이나 통신망을 놓고 싸우는 현대식 전투가 이제 겨우 시작 단계에 들어섰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2015년과 2016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력망 공격을 계기로 대대적인 정비를 통해 네트워크가 강화됐지만 러시아는 아직 본격적인 사이버 공격에 나서지 않았다는 것이다.
미국 입장에선 무턱대고 러시아를 겨냥해 사이버 공격을 감행하기가 어려운 이유도 있다. 미국이 이번 전쟁에 직접 참여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법으로는 사이버 공격을 전쟁 참여로 볼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NYT는 미국 법상 사이버 공격으로 러시아의 능력을 교란하는 정도는 전투로 보지 않지만 러시아가 미국이나 나토와 직접 싸운다고 주장할 빌미를 줄 수 있는 점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이 밖에 미국 내의 여러 로펌과 로비 단체가 무상으로 홍보, 법률 지원 등의 방식으로 우크라이나를 돕고 있다.
대형 로펌인 컨빙턴 앤드 벌링은 국제사법재판소(ICJ)에 러시아의 불법 침공을 즉시 중단하라는 명령을 내리도록 우크라이나를 대리해 무료로 소송을 제기했다.
다른 로비 단체들도 러시아에 더 많은 제재가 가해지도록 우크라이나 정부를 대신해 의회를 설득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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