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리즘 만들어 정서 상태 파악, 가축 동물복지 증진 기여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돼지가 꿀꿀거리는 소리에서 감정 상태를 파악하는 이색 연구 결과가 나왔다.
덴마크 코펜하겐대학교에 따르면 이 대학 생물학 부교수 엘로디 브리퍼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돼지가 내는 다양한 소리를 분석하고 자료화해 울음소리로 감정 상태를 알아내는 첫 연구 결과를 과학 저널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돼지 411 마리가 태어나서 도축될 때까지 다양한 상황에서 내는 소리 7천414건을 녹음해 분석했으며, 이를 토대로 행복하거나 들떠있을 때와 같은 긍정적인 감정과 겁을 먹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등의 부정적 감정을 울음소리로 구분할 수 있는 컴퓨터 알고리즘도 만들었다.
새끼 돼지가 어미의 젖을 빨거나 가족과 한동안 떨어져 지내다 다시 만났을 때 등의 상황에서 내는 소리는 긍정적 감정, 새끼 돼지끼리 서로 싸우거나 분리됐을 때 또는 거세하거나 도축될 때 내는 소리는 부정적 감정을 나타내는 것으로 분류해 분석했다.
연구팀은 실제 사육 상황 이외에 돼지의 미묘한 감정 차이를 분석하기 위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만들어 활용했다. 예컨대 돼지우리에 장난감이나 음식을 넣어주고 아무런 자극물이 없을 때와 비교하거나 낯선 물체를 놓아두고 반응을 살폈다.
연구팀은 돼지가 각 상황에서 내는 소리와 행동을 기록하고 가능할 때는 심장박동도 측정했다.
이렇게 수집된 자료는 돼지가 내는 소리에 감정 상태를 나타내는 일정한 양상이 있는지, 긍정적 상황과 부정적 상황을 구분할 수 있는지 등을 파악하는 데 이용됐다.
그 결과, 긍정적 상황과 부정적 상황에서 내는 소리가 확연히 다르다는 점이 확인됐다. 긍정적 상황에서는 울음소리가 훨씬 짧고 진폭도 큰 오르내림이 없으며, 특히 꿀꿀거리는 소리는 주파수가 높게 시작해 점차 낮아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컴퓨터 알고리즘을 훈련해 92%의 정확도로 돼지의 울음소리로 감정 상태를 파악할 수 있었다고 했다.
브리퍼 부교수는 "우리는 이번 연구를 통해 동물의 울음소리가 감정에 대한 큰 통찰력을 제공해준다는 점을 보여줬다"면서 "알고리즘이 돼지의 감정을 해독하고 이해하는데 이용될 수 있다는 점도 입증했으며, 이는 가축의 동물복지를 향상하는 데 있어 중요한 진전"이라고 했다.
연구팀은 동물의 감정을 파악하려는 연구가 상대적으로 생소한 분야지만 신체적 건강을 넘어 정신적 건강이 동물 복지에 중요하다는 인식이 점차 확산하고 있다면서 이번에 개발된 알고리즘이 동물의 정신적 건강에 관심을 기울이는 플랫폼의 길을 열어주길 바란다고 했다.
브리퍼 박사는 "우리는 알고리즘을 훈련해 돼지의 울음소리를 해독했으며, 누군가 이 알고리즘을 앱으로 개발해 농부들이 복물 복지 향상에 이용할 수 있게 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알고리즘을 훈련할 만큼 충분한 자료를 확보하고 있어 이 방법은 다른 포유류의 감정을 더 잘 이해하는데 이용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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