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美, 北 안보우려 해소해야"…"한중, 경쟁관계 아냐"(종합)

입력 2022-03-07 20:55   수정 2022-03-07 21:51

왕이 "美, 北 안보우려 해소해야"…"한중, 경쟁관계 아냐"(종합)
"풍파 있어도 러와 전략협력 강화"…美 겨냥 "인도태평양판 나토 구상" 비판
우크라 사태로 신냉전 심화 속 미국에 맞서며 북·러 지지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한종구 김진방 특파원 =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신냉전의 그늘이 짙어지는 가운데, 미국에 맞서며 북한과 러시아의 곁을 지키는 대외전략의 기조를 재확인했다.
왕이 부장은 베이징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최근 연쇄 탄도 미사일 발사로 부각된 북핵 문제와 관련, 미국에 북한의 안보 우려를 해소할 것을 촉구했고, 우크라 사태와 관련, 국제사회의 곱지 않은 시선 속에서도 러시아와의 전략적 협력을 지속 추진할 것임을 분명히 밝혔다.
그와 동시에 중국 견제에 초점이 맞춰진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인도·태평양판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구상'이라며 비판했다.
아울러 왕 부장은 지난달 베이징동계올림픽 개회식 한복 논란과 심판 판정 논란 등을 계기로 국민간 정서가 악화한 한중관계에 대해 양국은 "경쟁자(적수)가 아니라 잠재력이 거대한 협력 파트너"라며 올해 수교 30주년을 계기로 협력 심화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한반도 문제의 '뿌리'는 북한이 직면한 위협이 해소되지 않은 것"
북핵 문제의 해법에 대해 질문받자 왕 부장은 "중국에 병을 고치려면 근본을 고치고, 잘못을 바로잡으려면 근본을 바로 잡아야 한다는 옛말이 있다"며 "한반도 문제의 '뿌리'는 북한이 직면한 외부의 안보 위협이 장기간 해소되지 않고, 북한의 합리적 안보 우려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이 공개 성명을 통해 북한에 대한 적의가 없으며 외교적 수단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길 원한다고 한 것을 인지했다"며 "다음 단계가 어디로 갈지는 상당 부분 미국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진정으로 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행동을 내놓을 것인가, 아니면 한반도 문제를 지정학적 전략의 카드로 계속 사용하려 할 것인가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또 "2018년 이후 북한이 대화를 촉진하는 긍정적인 조치를 취했음에도 지금까지 보상을 받지 못한 것은 각국이 이미 서로 공감대를 형성한 '행동 대(對) 행동'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북한이 2018년 이래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를 하지 않고 있는 만큼 미국이 제재 완화 등으로 '보상'함으로써 대화 재개의 단초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왕 부장은 그러면서 "중국은 미국이 북한의 합리적 안보 우려를 해결하는 실질적 조치를 취하고, 북한과 기본적 상호 신뢰를 구축하는 한편, '쌍궤병진(북핵 협상과 한반도 평화체제 협상을 병행하는 것)' 구상과 '단계적 병행 추진'의 원칙에 따라 끊임없이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추진해 나갈 것을 거듭 호소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이를 위해 건설적인 역할을 계속하고 해야 할 노력을 하길 원한다"고 밝혔다.
◇"세 닢 주고 집 사고 천냥 주고 이웃산다" 수교 30년 계기 한중협력 강조

왕 부장은 한중관계에 대한 질문에 현상과 개선 방안 등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대신 수교(1992년) 30주년의 해에 이르기까지 양국간의 호혜적 협력 관계를 상기하며, 그것을 지속 발전시킬 필요성을 강조했다.
왕 부장은 "우리는 올해 수교 30주년을 계기로 한국과 우호의 전통을 살리고 호혜적 협력을 심화해 공동 발전을 한층 더 실현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왕 부장은 특히 "중국인들은 흔히 '먼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이 낫다'고 하고 ,한국에도 '세 닢 주고 집을 사고 천 냥 주고 이웃을 산다'는 말이 있다"며 "(수교 이래 양국이) 30년간 풍파와 시련을 겪으며 전면적이고 빠른 발전을 이뤄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양국은 서로 경쟁자(적수)가 아니라 이해관계가 밀접하게 얽히고, 각자 장점이 상호보완적이며, 잠재력이 거대한 협력 파트너라는 점이 입증됐다"고 강조했다.
9일 한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나온 이 같은 왕 부장의 발언에는 미중 전략경쟁 심화 속에 한국 새 정부가 미국 진영으로 쏠리지 않도록 붙들어 두려는 의중이 내포된 것으로 풀이된다.
◇"국제적 풍운 험악해도 중러 협력 끊임없이 추진"

왕 부장은 우크라이나 침공을 강행한 러시아를 사실상 옹호한다는 국제사회의 지적 속에서도 러시아와의 전략 협력을 변함없이 강화할 뜻을 분명히 했다.
왕 부장은 ""중·러 관계의 발전은 뚜렷한 역사적 논리를 갖고 있고, 강력한 원동력이 있으며 양국 국민의 우의는 반석처럼 튼튼하고 협력의 전망은 매우 넓다"며 "국제적인 풍운이 아무리 험악하더라도 중·러는 전략적 관계를 유지해 신시대 포괄적인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끊임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중국과 러시아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상임이사국으로 서로에게 가장 중요한 이웃나라이자 전략적 동반자"라고 전제한 뒤 "중·러 관계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양자 관계 중 하나로 우리의 협력은 양국 국민에게 이익과 복지를 가져다줄 뿐만 아니라 세계 평화와 안정에도 유리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왕 부장은 미국 등 서방의 러시아에 대한 경제·금융 제재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그는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것은 냉정과 이성이지, 불난 집에 부채질하며 갈등을 격화시키는 것이 아니다"며 "대화와 협상을 통해 평화적인 방식으로 분쟁을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세가 긴박할수록 평화회담을 멈출 수 없고, 이견이 클수록 담판을 해야 한다"며 "중국은 권고와 촉구를 통해 건설적인 역할을 발휘하고, 필요한 경우 국제사회와 (협상을) 주선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와 더불어 왕 부장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의 목적은 인도·태평양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라고 강력 비판했다.

결국 왕 부장의 중러 협력 발언과 '인태판 나토' 발언은 '한 세트'로 해석된다.
아시아·태평양과 유럽(우크라이나) 두 전선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각각 미국에 맞서고 있는 상황에서 러시아와의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는 것을 안보의 핵심 축으로 삼고 있음을 드러낸 발언으로 풀이된다.
왕 부장은 이어 "중국은 주권 독립 국가로서 우리의 정당한 이익을 확고하게 수호하기 위해 (미국에) 필요한 조치를 할 완전한 권리가 있다"며 "중국 입장에서 대국간 경쟁은 시대적인 주제가 아니고, 제로섬 게임 역시 올바른 선택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중 양국은 경쟁, 협력, 대항이라는 '3분법' 대신 상호존중, 평화공존, 협력공영의 '3원칙'으로 미국의 대중정책을 이성적이고 실무적인 정상궤도로 되돌려야 한다"고 말했다. 또 "대만 문제는 중국의 내정이고, 우크라이나 문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두 국가 간 분쟁"이라며 대만과 우크라이나 문제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어 왕 부장은 "외국을 끼고 독립을 도모하는 것은 퇴로가 없고, 대만으로 중국을 제압하려는 것은 반드시 실패할 것"이라며 "대만은 반드시 조국의 품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jhcho@yna.co.kr, jkhan@yna.co.kr, china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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