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목숨 구하려고 반려동물 버릴 순 없어"…돈바스 지역 집 벙커에 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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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한 인도인 의사가 재규어, 흑표범 등 '반려동물'과 함께 있겠다며 우크라이나를 탈출하지 않고 있다고 뉴인디언익스프레스 등 인도 언론과 외신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인도인 의사 기리쿠마르 파틸(40)은 러시아의 침공으로 우크라이나의 상황이 크게 나빠졌지만 동부 돈바스 지역 도시 시베로도네츠크에 있는 자신의 집에 계속 머물고 있다.
돈바스 지역은 친러 분리주의 세력이 장악한 지역으로 전황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지만 파틸은 피란길에 오를 생각이 없다.
파틸이 목숨을 걸고 집을 '사수'하는 것은 재규어, 흑표범 등 그의 반려동물을 계속 돌보기 위해서다. 그가 떠날 경우 이들 동물이 굶어 죽거나 군인들에 의해 희생될 수 있기 때문이다.
파틸은 "이웃 대부분은 다른 마을로 대피한 상태"라며 "하지만 나는 내 목숨을 구하기 위해 반려동물을 버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지 상황이 나빠지자 동물들을 데리고 자신의 집 지하에 마련된 벙커로 이동한 후 일주일 넘게 숨어 지내고 있다. 그는 재규어 등을 위한 먹이를 구할 때만 지하실 밖으로 나서고 있다.
그는 양, 칠면조, 닭 등 23㎏에 달하는 먹이를 구해 놓은 상태다. 전쟁이 시작되면서 물가가 치솟아 평소의 4배 비용을 지불하고 먹이용 고기를 샀다.
인도 안드라프라데시주 출신인 그는 1989년 영화 '랑케스와루두'를 보고 주인공 치란지비가 표범 등과 함께 지내는 모습에 푹 빠졌다.
2007년 의학 공부를 위해 우크라이나에 온 그는 정형외과 의사가 된 후에도 대형 고양잇과 동물에 여전히 관심을 가졌다.
그러다가 2020년 지역 동물원에서 병들어 외톨이가 된 수컷 재규어를 보고 당국의 허가를 얻은 후 데려와 키웠다. 두 달 전에는 재규어가 외롭지 않도록 암컷 흑표범도 사들였다.
이와 함께 개 3마리도 돌보고 있는 그는 소득 대부분을 동물을 키우는 데 쓰고 있다.
파틸은 뉴인디언익스프레스와 인터뷰에서 "이들 반려동물은 내 자식"이라며 "나는 숨을 거둘 때까지 이들과 함께 지내며 돌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반려동물을 모두 고향 집으로 데려갈 수 있도록 인도 정부가 허락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인도 정부는 현재 헝가리, 루마니아, 폴란드, 몰도바, 슬로바키아 등 우크라이나 접경국에서 자국민의 대피를 지원하고 있다.
당국은 우크라이나 사태 발생 후 약 2만1천명의 인도인이 현지를 빠져나왔으며 약 1만9천900명이 이미 인도로 귀국했다고 전날 밝혔다. 이들 중 1만5천920명은 정부가 제공한 특별기 등을 타고 돌아왔다.
하지만 국경도시 수미에 학생 700여명이 갇혀있는 등 폭격과 교전이 빈발한 분쟁지에 아직 인도인 1천명 이상의 발이 묶인 것으로 알려졌다.
c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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