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정상과 잇따라 통화…유엔 결의 기권 등 어정쩡한 태도서 변화 모습
분쟁지에 발묶인 인도 학생 대피 지원도 요청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 어정쩡한 태도를 보여온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뒤늦게 러시아-우크라이나 정상 간 중재에 나선 듯한 모습을 보여 관심을 모은다.
인도 총리실 보도자료와 현지 언론에 따르면 모디 총리는 7일 오후(현지시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 이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통화했다.
모디 총리가 지난달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두 정상과 몇 시간 차이로 잇따라 통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모디 총리는 평소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푸틴 대통령에게는 젤렌스키 대통령과 적접 대화하라고 제안했다고 총리실은 전했다.
모디 총리는 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에 현재 진행되는 대화에 대해서도 환영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는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한 최근 모디 총리의 태도와는 상당히 다른 분위기다. 모디 총리는 이번 사태 발생 후 푸틴 대통령과 여러 차례 통화했지만 즉각적인 폭력 중단과 인도인의 안전한 대피 등만 요청하는 등 별다른 중재 시도는 보이지 않았다.
전통적으로 중립 외교를 펼쳤던 인도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서도 러시아 규탄과 제재에 나선 서방과 달리 상당히 미지근한 태도를 보였다.
인도는 중국 견제를 위해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의 안보 협의체)의 일원이 되는 등 지난 몇 년간 외교 무게의 중심을 미국으로 조금씩 이동하긴 했지만, 러시아와도 여전히 깊은 우호 관계를 이어오는 중이기 때문이다.
특히 인도는 러시아에 대한 무기 의존도가 매우 높은 편이다. 러시아는 2016∼2020년 인도 무기 수입의 49%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인도는 최근 유엔총회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규탄 결의안에 기권표를 던지기도 했다.
하지만 러시아의 무차별 폭격으로 우크라이나 민간인 희생자가 늘어나고 피란민이 속출하는 등 인도주의적 상황이 악화하면서 사태를 방관하는 듯한 인도의 태도도 비난의 도마 위에 올랐다.
결국 모디 총리는 이같은 상황 등을 고려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정상 간 중재 시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모디 총리는 또 이날 두 정상과 통화에서 아직 우크라이나에 남아 있는 자국 학생들의 안전에 대해 깊은 염려를 전하면서 이들이 빠르고 안전하게 대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며 지속적인 지원도 요청했다.
인도 정부는 현재 헝가리, 루마니아, 폴란드, 몰도바, 슬로바키아 등 우크라이나 접경국에서 자국민의 대피를 지원하고 있다.
당국은 우크라이나 사태 발생 후 약 2만1천명의 인도인이 현지를 빠져나왔으며 약 1만9천900명이 이미 인도로 귀국했다고 전날 밝혔다. 이들 중 1만5천920명은 정부가 제공한 특별기 등을 타고 돌아왔다.
하지만 국경도시 수미에 학생 700여명이 갇혀있는 등 폭격과 교전이 빈발한 분쟁지에 아직 인도인 1천명 이상의 발이 묶인 것으로 알려졌다.
cool@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