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제재 동참한 한일, 거리둔 중·인도…"아시아 단층선 드러내"

입력 2022-03-08 02:53  

[우크라 침공] 제재 동참한 한일, 거리둔 중·인도…"아시아 단층선 드러내"
'러 때리기' 올인한 유럽과 대조…동남아국가연합도 단일대오 형성 못 해
"러의 아시아 영향력 결과"·"세계는 민주·독재 이분법보다 복잡" 평가도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아시아 각국의 반응이 대조를 이루거나 온도차를 보인다.
미국이 주도하는 러시아 제재에 적극 동참한 국가가 있는가 하면, 러시아를 두둔하는 국가, 중립적 태도를 보이는 국가 등 러시아 때리기에 단일대오를 이룬 유럽과 달리 다양한 반응이 나온다.
미 CNN방송은 7일(현지시간) "러시아의 공격이 아시아에서 정치적 단층선을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일단 미국의 맹방인 일본과 한국은 러시아 제재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서방 국가로 구성된 주요7개국(G7) 회원국인 일본은 처음부터 러시아 제재 목소리를 높인 국가에 속한다.
한국의 경우 독자 제재는 없다는 외교부 고위 당국자의 언급이 나온 적도 있지만, 결국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주도한 제재 수준까지 대응을 맞추며 서방의 러시아 압박에 동참한 상태다.
싱가포르 역시 러시아에 제재를 가했다.

이에 러시아는 이날 미국, EU 27개국을 비롯해 제재에 동참한 아시아 국가인 한국, 일본, 싱가포르, 대만 등을 비우호국가로 지정하는 조처로 맞섰다. 이들 국가는 외교적 제한을 포함한 각종 제재가 취해질 전망이어서 관계 악화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반면 중국은 러시아와 전략적 협력을 지속 추진할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제적인 풍운이 아무리 험악하더라도 중·러는 전략적 관계를 유지해 신시대 포괄적인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끊임없이 추진할 것"이라며 러시아 경제·금융 제재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이런 태도는 미중 갈등이 갈수록 고조되는 상황에서 러시아와 전략적 협력을 안보의 핵심 축 중 하나로 삼고 있음을 드러낸 대목으로도 풀이된다.
다만 왕 부장은 기존의 '건설적 역할'에 더해 "필요한 경우 국제사회와 (협상을) 주선하기를 원한다"는 말까지 했는데, 이는 중국이 러시아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국제사회의 부정적 인식을 의식한 것이라는 해석을 낳는다.
우크라이나 상황이 더 악화할 경우 중국이 러시아와 나란히 국제사회에서 고립되는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중국 지도부에서 작동하고 있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인도 역시 러시아 규탄과 제재에 미지근한 태도를 보인 국가로 분류된다.
인도는 중국과 갈등에서 완충 역할을 국가로 러시아와 협력을 강화해 왔고, 2016∼2020년 인도 무기 수입의 49%를 러시아가 차지할 정도로 무기 의존도도 높은 국가다.
인도는 중국과 함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유엔 총회의 러시아 철군 요구 결의안에서 기권했던 국가이기도 하다.
미국, 일본, 인도, 호주의 대중국 견제 협의체로 알려진 쿼드(Quad)는 지난 3일 화상 정상회의 후 '우크라이나 인도적 지원 메커니즘 구축' 외에는 규탄한다는 입장조차 내지 못했는데, 이는 인도의 주장이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도 나온다.
다만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이날 우크라이나, 러시아 대통령과 각각 통화한 뒤 '양국의 직접 대화 제안', '대화 환영' 입장을 냈는데, 이는 그간 어정쩡한 태도에서 벗어나 정상 간 중재에 나선 듯한 모습을 보인 것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CNN은 세계 인구 1∼2위인 중국과 인도가 '러시아 규탄 동참 요구'라는 국제사회의 압력에 직면했다면서도 이 두 나라의 그간 태도에 대해선 아시아에서 러시아의 큰 영향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10개국으로 구성된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은 러시아 대응에서 단일대오를 형성하지 못한 모양새다.
아세안이 지난주 발표한 성명에선 러시아의 행동을 규탄하거나 '침공'이라고 규정한 내용이 들어가 있지 않다.
철군을 촉구하는 유엔총회 결의안 표결 시 라오스와 베트남은 기권표를 던졌다.
호주 싱크탱크의 한 전문가는 푸틴이 대통령 취임 초반부터 아시아 파트너들과 옛 소련의 관계 복원에 큰 방점을 뒀다며 러시아가 아시아에서 중국 외에도 일종의 안정감을 갖고 있는 상태라고 평가했다.
인도 탁샤릴라연구소의 마노즈 케왈라마니 인도태평양 연구책임자는 "민주주의와 독재의 이분법은 문제가 있다"며 "세계는 훨씬 더 복잡하다"고 말했다.
jbry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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