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홍콩에서 코로나19에 걸린 외국인 가사도우미들의 해고가 이어지고 있다.
8일 홍콩 영문일간 더스탠더드에 따르면 홍콩 외국인 가사도우미 지원 단체 베튠하우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2월 17일부터 3월 3일까지 해고된 가사도우미의 도움 요청이 역대 최고인 94% 증가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베튠하우스와 우리의 파트너들은 현재 최소 349명의 이주 가사도우미를 지원하고 있으며 그 숫자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며 "59%는 필리핀인, 31%는 인도네시아인, 10%는 그 외 국적자"라고 설명했다.
이어 "가장 큰 문제는 거처"라며 "코로나19에 걸린 후 해고된 가사도우미의 69%는 임시 거처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베튠하우스 측은 "거의 1천명의 가사도우미가 코로나19 위기가 시작된 이래 도움을 요청했다"며 "고용주들과 직업소개소에서도 가사도우미들이 격리하는 동안 그들을 보호해줄 수 있는지 문의한다"고 전했다.
홍콩의 웬만한 중산층 이상 가정은 높은 물가 대비 상대적으로 저렴한 인건비로 외국인 입주 가사도우미를 두고 있다.
그러나 비싼 집값 탓에 주거 공간이 좁아 여러 명이 66.11㎡(20평)보다 작은 공간에 모여 사는 가정이 많아 평소에도 가사도우미에게는 제대로 된 잠자리가 제공되지 않는 등 인권 문제가 제기돼 왔다.
매주 일요일이면 가사도우미들이 지하도나 건물의 그늘진 공간, 공원 등에 삼삼오오 모여 휴식을 취하는 광경이 펼쳐진다. 고용된 집에서는 쉴 공간이 없는 가사도우미들이 일제히 거리로 나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홍콩이 코로나19 감염자 폭증으로 의료체계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도달하자 어쩔 수 없이 일부 감염자에 대해 자가격리를 하도록 했고, 확진된 가사도우미들이 거리로 쫓겨나고 있다.
일부 고용주가 집 안에 격리 공간이 없다는 이유 등으로 확진된 가사도우미를 바로 해고하고 집 밖으로 내모는 것이다.
러치퀑 홍콩 노동복지부 장관은 지난 6일 주홍콩 필리핀 영사관에 홍콩 정부가 외국인 가사도우미의 보호와 지원을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강조하는 서한을 보냈다고 밝혔다.
러 장관은 코로나19에 걸린 가사도우미가 해고되고 집 밖으로 쫓겨나는 일은 단지 국내 문제가 아니며, 이것이 외교 분쟁으로 비화하는 것을 막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용주들은 부당하고 불법적인 가사도우미 해고로 기소될 수 있으며, 그러한 행동은 홍콩의 평판을 해치고 향후 다른 가정이 가사도우미를 고용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스탠더드는 "그러나 정부의 경고에도 신속 항원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오는 외국인 가사도우미들의 해고가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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