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니켈 가격 폭등…전기차 시대 개막 차질 빚나

입력 2022-03-09 05:30  

[우크라 침공] 니켈 가격 폭등…전기차 시대 개막 차질 빚나
주요 광물가격 일제히 상승…배터리-전기차 도미노 인상 예상
'K-배터리' 실적 악화 불가피…LFP 본격 도입 계기 전망도

(서울=연합뉴스) 김영신 기자 = 니켈을 필두로 전기차 배터리 원자재의 가격이 폭등하면서 배터리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원자재 가격이 최근 과도하게 상승하면서 배터리 기업들이 생산을 대폭 감축할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더욱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원자재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어 이번 사태가 자칫 전기차 시대의 본격적인 개화를 늦출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9일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니켈의 톤(t)당 가격은 지난 7일 기준 4만2천995달러(약 5천312만원)로, 전년 대비 132.5% 폭등했다.
지난달 평균 가격보다 77.8%, 전주보다는 57.7% 각각 상승한 것이다. 직전일 대비로는 하루 새 44.3% 급등했다.
니켈 가격은 전날 장중 한때 t당 10만달러 이상까지 치솟았다. 이에 따라 영국 런던금소거래소(LME)가 니켈 거래를 일시 중단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국은 글로벌 원자재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국가들이다. 전 세계 니켈의 약 10%가 러시아에서 나온다.
코발트의 경우도 t당 가격이 7만9천달러로, 전년보다 약 54% 올랐다.
이외에도 구리 1만730달러, 알루미늄 3천984달러 등으로 주요 원자재 광물의 가격이 일제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주요 광물의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하면서 지난해부터 가격이 오르던 추세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를 계기로 더욱 가팔라지는 모습이다.
전기차와 배터리 업계에서는 이러한 최근의 원자재 가격 폭등 현상이 전기차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결국 수요 둔화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본격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배터리 생산 비용의 70∼80%가 원자재 비용이라 주요 원자재의 가격이 오르면 배터리 가격도 동반 상승하게 된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 등 한국 배터리 업체들이 선호하는 삼원계 NCM(니켈·코발트·망간) 원자재의 가격 상승세가 두드러져 원가 부담이 커지는 양상이다.



세계 각국이 친환경 정책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가운데 '전기차 시대'를 앞두고 주요 걸림돌 중 하나는 바로 전기차의 비싼 가격이다.
원자재 가격 폭등이 결국 전기차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면서 소비자들의 선택지에서 멀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미국 전기차 업체 리비안이 주요 모델의 가격을 20% 인상한다고 발표했다가 고객들의 예약 줄취소 등 거센 비판 끝에 인상 계획을 철회한 바 있다.
테슬라의 가장 저렴한 전기차 '모델3'의 가격은 현재 2020년 말 대비 18% 인상된 수준이다.
배터리 정보업체 벤치마크미네랄인텔리전스(BMI)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테슬라가 내세운 '저렴한 전기차' 목표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며 "원자재 가격 상승이 전기차의 광범위한 도입을 저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배터리 시장을 이끄는 국내외 배터리 업체 입장에서 원자재 가격 폭등은 큰 악재가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는 세계 1위 업체인 중국 CATL이 배터리용 탄산리튬의 가격 폭등 여파로 배터리를 감산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물론 CATL은 이러한 감산 계획설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움직임이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배터리 업계의 비용 부담이 크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주요 광물을 중국, 호주, 남미 등에서 수입하고 있어 러시아·우크라이나발(發) 사태에 따른 당장의 직접적인 영향은 없다면서도 최근의 니켈 가격 폭등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배터리 생산량 조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장기적으로는 배터리와 전기차의 가격 인상도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대체적이다.
특히 업계 일각에서는 삼원계 배터리를 선호해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충격이 더욱 큰 한국 배터리 업체들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원가가 비교적 저렴한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본격적으로 도입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LFP 배터리는 중국 CATL 등이 주도하고 있다.
테슬라, 벤츠 등 글로벌 전기차 업체들이 LFP 배터리 채택을 확대하고 있어 한국 업체들의 LFP 도입도 불가피한 상황인데 이번 원자재 가격 폭등 사태가 이런 흐름에 속도를 더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주요 광물의 가격 상승이 실적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가 원자재 수급에 미치는 영향을 예의주시하면서 발생 가능한 다양한 리스크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원자재 가격 상승 여파로 전기차 배터리 및 소재 기업들의 주가는 연일 약세를 보이고 있다. 일례로 삼성SDI[006400]의 주가는 49만7천원으로, 2020년 11월 이후 약 1년4개월 만에 50만원선을 하회했다.
한화증권은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의 가격 상승은 일시적 현상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앞으로 완성차 업체나 배터리 업체가 광물·소재 업체의 지분 인수 등을 통해 물량을 직접 확보하는 흐름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shin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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