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이전 러 화석연료서 '독립'…"올해 러 가스수요 3분의 2 축소 가능"
(브뤼셀=연합뉴스) 김정은 특파원 = 유럽연합(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가 8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러시아 화석 연료에 대한 유럽의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방안을 제안했다.
EU 집행위는 이는 가스를 시작으로 2030년 이전까지 유럽이 러시아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단계적으로 줄여 독립하고 올해 말까지 EU가 러시아에서 수입하는 가스 물량의 3분의 2를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U 집행위는 이를 위해 가스 공급원을 다양화하고 재생가능 가스 제공의 속도를 높이고 난방과 전력 생산에서 가스를 대체하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러시아 외 국가에서 액화천연가스(LNG), 가스관을 통한 수입을 늘리고 바이오메탄, 재생가능 수소의 생산과 수입을 확대하는 한편 주택, 건물, 산업, 전력 시스템에서 화석 연료 사용 감축의 속도를 높이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로이터, AFP 통신 등에 따르면 EU 집행위는 미국, 카타르 등 국가에서 가스와 LNG 수입을 통해 유럽이 러시아에서 수입하는 연간 1천550억㎥의 가스 가운데 3분의 1 이상인 600억㎥를 올해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재생가능 에너지 확대와 에너지 절약, 풍력, 태양열 에너지의 더 빠른 공급 등을 통해 추가로 대체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프란스 티메르만스 부집행위원장은 이날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취재진에게 "올해 말까지 우리는 러시아에서 수입되는 1천억㎥의 가스를 대체할 수 있다. 이는 우리가 그들로부터 수입하는 것의 3분의 2"라면서 "이는 우리의 지나친 의존을 끝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U는 가스 소비량의 90%를 수입한다. 이 같은 수입량 가운데 러시아가 45%가량을 공급하며, 그 수준은 회원국별로 차이가 있다. 독일, 이탈리아, 일부 중부 유럽 국가 등의 의존도가 특히 높다.
러시아는 또 EU 석유 수입량의 25%, 석탄 수입량의 45%를 차지한다.
EU 집행위는 또 회원국들이 매년 10월 1일까지는 EU 내 가스 저장시설을 최소 90% 채우도록 하는 방안도 내달 제안할 예정이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우리는 러시아 석유, 석탄, 가스에서 독립돼야 한다"면서 "우리는 우리를 위협하는 공급자에 의지할 수는 없다. 우리는 에너지가 상승의 영향을 완화하고 다음 겨울을 위한 가스 공급원을 다양화하며 청정에너지 전환을 가속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오는 10∼11일 프랑스에서 열리는 EU 회원국 정상들의 비공식 회의에서 이번 제안에 대해 논의하고 이를 신속하게 이행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AFP 통신은 이번 회의에서 회원국 정상들은 러시아 가스, 석유, 석탄 수입의 의존도를 단계적으로 줄인다는 데 합의할 것이라고 성명 초안을 입수해 전했다.
EU 집행위의 이번 제안은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것은 아니며 이행은 회원국 정부에 달려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EU 집행위의 계획이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회원국들의 행동이 필요하지만, 다수 회원국은 이미 EU 집행위의 기존 에너지 전환 계획에도 불편해하고 있으며, 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른 정치적 영향을 억제하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고 전했다.
EU 집행위의 이번 제안은 미국이 러시아산 원유와 가스의 수입을 금지한다고 발표하기에 앞서 나온 것이다.
에너지 제재는 러시아 경제에 결정타를 입힐 조치로 일찌감치 거론돼 왔지만,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유럽은 경제적 악영향이 심각할 것을 우려해 미국과는 온도차를 보이고 있으며, EU 회원국 간에도 입장차가 있다.
티메르만스 부집행위원장도 앞서 이날 유럽의회에서 "만약 하룻밤 사이에 모든 에너지가 러시아에서 더는 공급되지 않는다면 진짜 곤경에 빠지게 될 회원국이 여럿이라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우리는 푸틴에게 가하는 것보다 더 큰 해를 우리 자신에게 가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k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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