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푸틴 지지' 마두로, 美의 러 원유 금수 반사 이익 누리나

입력 2022-03-09 07:18  

[우크라 침공] '푸틴 지지' 마두로, 美의 러 원유 금수 반사 이익 누리나
미, 러 원유 대체 위해 산유국 베네수 제재완화 검토…미 내부 반발도 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미국이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금지하면서 베네수엘라 석유산업과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정권이 그 반사이익을 누리게 될지 주목된다.
미국 정부는 8일(현지시간) 러시아산 원유의 수입을 금지하는 독자 제재를 발표하기에 앞서 지난 5일 베네수엘라로 고위급 대표단을 보내 마두로 대통령을 만났다.
모자란 원유 수요를 베네수엘라산 원유로 충당하기 위해 베네수엘라 석유산업에 대한 제재 완화를 논의하기 위한 것이라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회동 사실이 보도된 후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7일 "에너지, 에너지 안보 등을 논의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으며, 같은 날 마두로 대통령은 양국이 "앞으로 관심 사항, 의제들에 대해 계속 노력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전 세계에서 원유 매장량이 가장 많은 베네수엘라는 과거 생산량의 상당 부분을 미국에 공급했다.
그러나 마두로 대통령이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2019년 전후로 부정선거 의혹 속에 미국과 베네수엘라의 관계가 악화하며 베네수엘라산 원유의 미국 수출길도 끊겼다.
당시 미국 정부는 마두로 대통령에 맞서 '임시 대통령'을 자처하고 나선 야권 지도자 후안 과이도를 베네수엘라 수반으로 인정했고, 마두로 정권에는 제재를 쏟아내며 퇴진을 압박했다.
마두로 정권의 '돈줄'인 석유산업에 대한 제재는 미 정부의 대(對)베네수엘라 제재의 핵심이었다.
이미 오랜 부실 관리와 투자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어온 베네수엘라 석유산업은 미국의 제재까지 겹치며 가파른 내리막길을 걸었고, 석유 생산과 수출 모두 7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이란과 중국, 러시아 등 우방이 미국 제재의 충격을 조금이나마 상쇄하긴 했으나 마두로 정권에겐 미국의 제재 완화가 절실했다.
이 때문에 마두로 대통령은 미국 정부를 향해 적대적인 말을 쏟아내면서도 대화를 원한다는 뜻도 여러 차례 밝혔다.
그러나 지금까지 미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과이도 '임시 대통령'을 대화 상대로 인정했고, 베네수엘라 문제는 정부와 야권이 대화를 통해 공정한 선거 실시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던 미국이 마두로 대통령과 직접 대화에 나선 것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제재 의지가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미 대표단의 베네수엘라 방문을 가장 먼저 보도한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회동이 "러시아를 중남미 남은 우방들로부터 갈라놓겠다는 바람"에 따른 것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러나 러시아를 때리기 위해 베네수엘라와 손을 잡는 것을 두고 미국 내에서 거센 반발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미국은 마두로 대통령이 인권 탄압은 물론 마약 범죄까지 저지르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더구나 마두로 대통령은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여러 차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민주당 소속 밥 메넨데스 상원 외교위원장은 전날 성명을 내고 "마두로가 베네수엘라인들의 기본 인권과 자유, 식량까지 앗아가는 상황에서 석유 수익으로 정권의 주머니를 채우는 것에 강력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공화당 소속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도 미 대표단과 마두로의 회동이 "마두로에 맞서기 위해 모든 것을 감수한 이들에 대한 배신"이라고 비판했다.
베네수엘라 석유산업에 대한 미국의 제재가 완화된다고 해도 당장 어느 정도의 증산으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에너지 컨설팅업체 IPD는 제재가 해제되면 현재 일 80만 배럴 수준인 베네수엘라의 석유 생산량이 150만 배럴까지 늘어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베네수엘라 석유 생산량을 상당 수준 끌어올리려면 수년에 걸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야 한다는 회의론도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mihy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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