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제재와 달리 드라이브 걸진 않아…EU 단일대오 힘든 상황 반영
한국 동참 압박 완화 요인될 수도…중장기적으로는 '탈러시아' 흐름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미국은 8일(현지시간) 자국의 러시아 원유 수입 금지 조처에 다른 동맹이 동참할지 여부는 각국이 결정할 사안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이 수출 통제, 금융 제재 등 다른 대러시아 경제 제재를 주도하며 동맹의 참여를 독려한 것과 달리 원유 금수에 대해서는 각국별 여건의 차이를 언급하며 동참을 압박할 의도가 없다는 태도를 취한 것이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원유 금수 문제와 관련해 "나는 각국이 자체적으로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하겠다"며 "우리는 유럽 국가가 뒤따를 것이라고 예상하지도, 요청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제니퍼 그랜홈 에너지부 장관도 CNBC방송에 나와 러시아산 원유와 에너지 수입에 관한 한 동맹이 미국과 똑같은 조처를 하도록 압박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조 바이든 대통령 역시 금수 조처 발표 연설에서 "우리는 유럽의 동맹과 파트너들이 우리에게 동참할 위치에 있지 않을 수 있음을 이해하면서 금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태도는 미국과 유럽이 처한 상황이 다르다는 인식에 기반해 있다.
미국의 수입 원유 중 러시아산 비중은 3%이고, 석유제품까지 포함하면 8%다. 러시아에서 수입하는 가스는 아예 없다.
반면 유럽은 가스 40%, 원유 25%가량을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다.
미 고위 당국자는 언론 브리핑에서 "미국은 강력한 국내 에너지 생산과 인프라 때문에 금수 조처를 할 수 있다"는 점도 꼽았다..
이 당국자는 미국이 원유와 가스 생산의 선두 국가이자 순 수출국이라면서 미국의 에너지 기업은 미국에서 생산을 늘릴 자원과 유인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또 연방정부 토지만 해도 이미 수천 곳의 시추 허가가 났지만 가동되지 않고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풍부한 산유국인 미국은 유럽과 달리 산유량을 상대적으로 좀더 쉽게 늘릴 수 있다는 뜻이다.
바이든 대통령 역시 "우리는 모든 유럽 국가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원유를 국내에서 생산한다. 사실 우리는 에너지 순 수출 국가"라면서 "따라서 우리는 남들이 할 수 없는 이(금수) 조처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유럽 내에서도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에 따라 수입 금지 찬반이 있는 상황에서 보듯 다른 경제 제재처럼 단일대오를 유지하긴 쉽지 않다는 인식이 저변에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이런 흐름은 국제사회의 러시아 제재에 동참한 한국의 부담도 일정 부분 덜어주는 요인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각국 사정에 맞춰 결정하면 된다는 식의 입장을 밝힌 것이 그대로 실현된다면 한국 정부 역시 자체 환경과 여건에 따라 자율적으로 금수 문제를 다룰 공간이 커진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미국과 다른 제재에서 '찰떡궁합'을 맞췄던 유럽이 원유 수입 금지에 대해서는 입장차를 드러내며 단일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상황도 지켜볼 부분이다.
다만 유럽 역시 당장 러시아 의존도를 낮추지 못하는 상황일 뿐, 중장기적으로는 러시아산 에너지에서 탈피한다는 방향을 정하고 있어 어떤 식으로든 '탈 러시아' 흐름이 만들어진 공산은 작지 않다.
바이든 대통령 역시 "우리는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를 낮출 장기 전략을 개발하기 위해 유럽과 다른 파트너들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경우 각종 금융제재로 인해 러시아와 무역 자체가 까다로워지고 거래의 위험성이 커진 상황이어서 민간기업 차원에서 러시아와 거래를 줄이고 대체선을 확보하는 등 자연스럽게 러시아 비중이 낮아지는 상황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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