앰네스티 등 싱가포르 대통령에 서한…"지적·인지 기능에 문제"
싱가포르 정부 "범행 당시 위법성 알고 있어"
(하노이=연합뉴스) 김범수 특파원 = 국제 인권단체들이 싱가포르에서 마약 밀매혐의로 사형이 선고된 지적 장애인에 대해 선처를 호소하고 나섰다.
9일 AFP통신에 따르면 국제 앰네스티와 아시아 사형폐지 네트워크(ADPAN) 등 인권단체들은 말레이시아 국적의 사형수 나겐트란 다르말린감의 감형을 촉구하는 서한을 할리마 야콥 싱가포르 대통령에게 보냈다.
국제 앰네스티는 서한에서 "나겐트란은 지적·인지 기능에 문제가 있다"면서 이같이 요청했다.
또 ADPAN은 심리적 장애를 이유로 감형을 호소했다.
지난주 그의 변호인인 바이올렛 네토도 항소 법원에 재차 선처를 호소하면서 전문가 정신감정을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나겐트란은 21세이던 지난 2009년 4월 헤로인 42g가량을 몰래 들여오려다가 국경 검문소에서 체포된 뒤 법원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다.
이후 그가 지적 장애인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형 집행을 놓고 국제적으로 논란이 일었다.
나겐트란을 사면해달라는 청원 운동에는 7만명 이상이 서명했다.
청원인들은 나겐트란의 지능지수(IQ)가 69에 불과하고 협박을 당해 마약 밀수에 가담했기 때문에 사형을 당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또 국제 인권단체들과 유엔 전문가들을 비롯해 영국의 억만장자인 리처드 브랜슨도 이같은 대열에 동참했다.
지난해 이스마일 사브리 야콥 말레이시아 총리도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에게 사형 집행을 유예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반면 싱가포르 정부는 나겐트란이 범행을 저지를 당시 위법성을 인지하고 있었다는게 판결을 통해 확인됐다면서 인권단체들의 주장을 일축했다.
그러나 싱가포르 항소법원은 이같은 논란을 의식해서인지 지난해 11월 10일로 예정된 그의 사형을 하루 전에 전격 유예했다.
싱가포르는 국제 사회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마약 밀매 범죄자에 대해서는 사형을 집행하는 30여개 나라 중 하나다.
마약 밀매와 살인 등 강력 범죄에 대해 엄정하게 대처하고 있기 때문에 아시아에서 가장 훌륭한 치안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게 싱가포르 정부의 입장이다.
bum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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