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학적 수면 확인…눈 감는 것과는 상관 없어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바다의 포식자 상어는 진짜 잠을 안 잘까?
백상아리를 비롯한 일부 상어 종이 아가미로 물을 공급하기 위해 끊임없이 움직이다 보니 잠을 안 잔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상어가 잠을 자는 듯한 행동을 하는 것이 드물게 목격되고 수면 상태인지가 불분명한 것도 논란의 원인이 됐다. 하지만 행동 관측을 넘어 이를 생리적으로 입증하는 연구 결과가 나와 상어의 수면을 둘러싼 논란에 종지부가 찍혔다.
뉴욕타임스와 '사이언스얼러트'(ScienceAlert) 등에 따르면 호주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대학의 생태생리학자 마이클 켈리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뉴질랜드 연안에 서식하는 1m 길이의 이사벨복상어(Cephaloscyllium isabellum)를 대상으로 진행한 상어 수면 연구 결과를 영국 런던 왕립학회 발행 '생물학 회보'(Biology Letters)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앞선 연구에서 야행성인 이사벨복상어가 움직임 없이 휴식하는 것으로 보일 때는 일정한 반응을 얻기위해 더 큰 전기자극이 필요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이런 휴식 상태가 잠을 자는 것인지를 확인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수조에 이사벨복상어 7마리를 각각 넣고 활동량과 물속의 산소량을 실시간으로 측정해 대사활동이 얼마나 빨리 진행되는지를 파악했다. 대부분의 동물은 수면 중에 대사량이 떨어지는데 물속 산소량을 통해 이사벨복상어의 수면 여부를 확인한 것이다.
그 결과, 이사벨복상어가 활발히 움직일 때는 산소 흡수량이 늘었다가 움직임이 줄면서 낮아졌으며, 적어도 5분 이상 몸을 수평 상태로 유지한 채 움직임 없이 잠을 자는 듯한 행동을 보일 때는 산소 흡수량이 더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잠을 자는 듯한 행동을 할 때 산소 흡수량은 평균적으로 활발히 움직일 때의 3분의 1, 휴식을 취할 때의 절반 수준이었다.
켈리 박사는 "이는 상어의 수면에 관한 최초의 생리학적 증거를 제시하는 것"이라면서 "행동적 증거는 오도되거나 반박될 여지가 있지만 생리학적 증거는 일축하기 어렵다"고 했다.
연구팀은 상어의 수면이 적어도 에너지를 절약해주는 역할을 한다는 점이 확인됐다면서 상어가 척추동물 진화 과정에서 초기에 갈라져 나온 종이라는 점에서 아직 많은 점이 미스터리로 남아있는 수면의 진화 과정을 이해하는 단서가 될 것이라고 했다.
연구팀은 또 인간은 잠을 잘 때 눈을 감지만 상어는 수면과 눈을 감는 것 사이에 상관관계가 없다고 했다. 이사벨복상어가 낮에 잠을 잘 때 눈을 감기도 하지만 이는 잠을 자기 위한 것이 아니라 빛을 가리기 위한 것이라면서 밤에 잠을 자는 듯한 행동을 할 때도 38%는 눈을 뜨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눈을 감는 것보다는 몸을 수평 상태로 움직임 없이 유지하는 것이 수면과 더 관련성이 높았다고 했다.이사벨복상어는 아가미에 산소를 가진 물을 공급하기 위해 끊임없이 헤엄쳐야 하는 백상아리와 달리 안면근육을 펌프처럼 이용해 정지 상태에서도 물을 빨아들여 산소를 흡수할 수 있다.
일부 상어 종은 무의식 상태에서도 수영이 가능한 것으로 연구돼 있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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