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계 대통령으로 지지 호소 차원…야드 바솀, 아브라모비치와 협력 중단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이스라엘의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 추모관을 대상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관해 연설할 수 있도록 요청했다고 로이터통신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홀로코스트 추모관인 야드 바솀은 이날 성명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의 제안을 휴일인 오는 13일 주이스라엘 우크라이나 대사와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대계인 젤렌스키 대통령은 영상 브리핑을 통해 외국 청중에게 우크라이나 지지를 요청하는 방안을 추구해왔다. 이 가운데는 미국 및 영국 의회도 포함됐다.
앞서 그는 이스라엘 의회에도 연설 요청을 했으나 의회가 휴회에 들어가려 한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한 의회 대변인이 전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신나치 성향 인사들을 몰아내겠다는 '탈(脫) 나치화' 구실을 갖다 붙였으나 우크라이나 당국과 서방은 이를 난센스라고 일축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도리어 러시아가 지난 3일 키이우의 홀로코스트 기념관인 바빈 야르를 포격한 것은 나치 침공 역사를 되풀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바빈 야르는 1941년 나치가 우크라이나를 통해 진격한 이틀간 유대인 3만3천771명을 학살한 현장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날 야드 바솀은 러시아 올리가르히(신흥재벌)로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인 로만 아브라모비치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아브라모비치는 우크라 침공이후 해외에서 제재에 직면했으며 영국도 이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첼시 구단주인 아브라모비치의 자산을 동결했다.
볼로디미르 그로이스만 전 우크라이나 총리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나치즘에 비유하면서 서방과 이스라엘이 우크라이나를 위해 비행금지구역 설정, 인도주의를 넘어선 지원 등 더 많은 대응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고 AFP통신이 이날 전했다.
그로이스만은 많은 가족을 홀로코스트에 잃은 바 있으며 역사적으로 반(反)유대주의성향이 강했던 우크라이나에서 첫 번째로 드러내놓고 유대계임을 밝힌 총리(재임 2016∼2019년)였다. 그는 2019년 한때 젤렌스키 현 대통령 밑에서 일하기도 해 우크라이나는 이스라엘 외에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유대계 국가 및 정부 수반을 가진 나라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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