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세계화 고속 역주행…"맘 맞는 곳끼리 교류하는 시대 개막"

입력 2022-03-11 09:57   수정 2022-03-11 10:10

[우크라 침공] 세계화 고속 역주행…"맘 맞는 곳끼리 교류하는 시대 개막"
제재에 '지구촌' 와해 위기…미, 러 WTO 퇴출까지 추진
선진국 통상 불만·팬데믹 방역규제 이어 전쟁으로 결정타 맞나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각국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제재하면서 최근의 세계화 퇴조 흐름이 급격히 가속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10일(현지시간) 미국매체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과 서방 동맹국들은 러시아산 원유·가스·석탄 등 원자재 의존을 줄이기로 하고, 러시아 일부 은행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에서 퇴출하는 등의 조치를 발표했다.
이뿐만 아니라 미 의회에서는 양당 의원들에 의해 세계화의 상징인 세계무역기구(WTO)에서 러시아의 회원 자격을 중단시키도록 행정부에 요청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미 의회의 결정에 공식적인 권위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WTO 역사상 이처럼 회원국을 퇴출하려는 노력이 진지하게 이뤄진 경우는 없다는 게 WSJ 설명이다.
WTO에서 회원국이 퇴출된 전례가 없고 미국이 다른 회원국을 설득하는 데도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이러한 공식적 움직임 없이도 이미 애플 등 다수 기업이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하는 상황이다.
과거 러시아의 WTO 가입은 냉전시기의 자유·공산 진영 간 블록 시스템을 끝내기 위해 추진된 성격이 있다.

냉전 종식 후 구소련 국가들이 연이어 WTO에 가입한 데 이어, 미국이 2006년 러시아의 WTO 가입을 지원하기로 합의하고 2012년 러시아가 정식으로 WTO 회원국이 됐다.
하지만 이후 비교우위에서 밀려 문을 닫게 된 선진국 공장들이 수년간 세계화에 반대 목소리를 내왔고, 관세 장벽 철폐가 비상 상황에서 국익에 최선이 아니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비관론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도 나왔고, 특히 2018년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으로 강화했다.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공급망 문제로 미국 경제의 해외 의존성이 부각되면서 세계화 흐름은 더욱 타격을 받았다.
세계화가 정점이던 2008년 당시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에서 수출의 비중이 31%에 달했지만, 2020년에는 26%로 줄어든 상태다.
미 조지타운대 국제법 교수인 제니퍼 힐먼은 향후 세계 경제가 북미 경제권 무역협정인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과 같이 마음이 맞는 국가 간 지역 블록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이번 침공으로 러시아가 주목받고 있지만, 미국이 중국의 WTO 가입을 허용한 것이 더 큰 실수라는 지적도 있다고 WSJ은 전했다.
미국 보수성향 싱크탱크인 기업연구소(AEI)의 데릭 시저스 연구원은 러시아의 경제 규모가 중국의 10%에 불과하다면서, 중국의 국가 주도 경제는 미국식 시스템과 매우 상충한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bsch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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