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원톱 공고해진 측면 반영하는 듯
(베이징=연합뉴스) 한종구 특파원 = 이번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중국의 2인자 리커창 총리의 '뼈있는 한마디'는 없었다.
리 총리는 2013년 시진핑 국가주석의 지명에 이어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총리로 선출되면서 중국의 2인자 자리에 올랐다.
중국 총리의 임기는 5년이지만 통상 한 차례 연임했고, 리 총리도 2018년 연임에 성공했다.
그는 행정조직인 국무원을 이끌며 전인대에 부총리, 국무위원, 각부 부장, 각 국가위원회 주석 임면 제청권을 가진 2인자로서 시 주석과 함께 '투톱' 체제를 유지해왔다.
한동안 경제분야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중앙재경영도소조를 맡아 경제 전반을 주도했고, 튼튼한 정치적 기반과 각종 발언을 통해 2인자로서의 자리를 굳건히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20년 전인대 기자회견에서 그의 발언은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회자하고 있다.
리 총리는 당시 중국의 빈곤과 불평등 문제를 지적하며 "6억명의 월수입은 겨우 1천 위안(약 17만원)밖에 안 되며, 1천 위안으로는 집세를 내기조차 힘들다"고 말해 중국은 물론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시 주석이 선전한 '샤오캉(小康·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림) 사회 건설'에 대한 정면 반박으로 읽힐 수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 "중미 양국이 힘을 모으면 서로에게 이득이지만, 싸우면 모두 상처를 받는다"라거나 "대만 독립 세력과 외국 세력의 간섭이 계속된다면 비평화 수단이 가동돼 국가 주권과 영토의 완전함을 수호할 것"이라고 강경한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그랬던 리 총리이기에 임기 중 마지막일 것으로 보이는 이번 전인대 연례 기자회견에서 '돌출 발언' 내지 '소신 발언'이 나올 가능성에 관측통들은 주목했다.
그러나 이번 양회에서 리 총리의 발언은 원론적인 수위에 그쳤다.
양회의 하이라이트인 지난 5일 전인대 업무보고는 물론 11일 전인대 폐막식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주목할 만한 발언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맞물려 미국이 대만 지원에 나서는 분위기 속에서도 그다지 색채를 드러내지 않았다.
리 총리는 대만 문제와 관련해 "대만 독립 세력의 분열 행위와 외부세력의 간섭을 단호히 반대한다"라거나 "양안 동포는 마음을 합쳐 함께 어려움을 극복하고 민족 부흥의 영광스러운 위업을 달성해야 한다"며 온건한 톤으로 발언했다.
'무력 통일도 배제하지 않는다'는 정부의 공식 입장은 언급하지도 않았다.
대외 관계에서도 전략경쟁 상대인 '미국'을 거명하지 않았고, 미국과의 '일전불사' 기조로 해석될 수 있는 강경 발언도 아꼈다.
반면 1시간 동안 A4 용지 30쪽 분량의 업무보고를 읽으며 '민생'이라는 단어를 모두 20차례 언급할 정도로 안정과 민생을 외쳤다.
그러면서 취업, 의료 및 보건 서비스 향상, 사회보장 서비스 강화, 장기임대주택 시장 발전 가속화 등을 언급한 뒤 "여성·아동 유괴 및 인신매매 범죄를 엄단하겠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의 3연임을 결정할 제20차 당대회를 앞두고 강경 발언이나 오해를 살 만한 발언 대신 시 주석이 인민의 지지를 받으며 무난히 총서기직에 유임될 수 있도록 하는 환경 조성과 무관치 않다는 게 관측통들의 분석이다.
이와 함께 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 중심의 집단지도체제가 점점 퇴색하고, 시 주석 1인 체제가 굳어지는 증거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총리가 더는 시 주석과 '투톱'으로 분류되는 자리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그는 업무보고에서 4번이나 '시진핑 주석을 핵심으로 하는 당 중앙'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등 '시진핑'이라는 단어를 모두 12번 언급했다.
이밖에 올해가 리 총리의 임기 마지막 해라는 점도 고려됐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중국의 정치 관례상 리 총리는 내년 전인대 업무보고를 마지막으로 자리에서 물러나고, 총리 주재 전인대 폐막식 기자회견은 신임 총리가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리 총리도 이날 전인대 폐막식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올해가 이 정부의 마지막 1년이고, 내가 총리를 맡은 마지막 1년"이라며 임기 마지막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어 "시진핑 동지를 핵심으로 하는 당 중앙의 굳건한 영도 아래 사회 각계의 대대적인 지지 특히 인민대중의 공통된 분투가 있다면 중국 경제는 반드시 고비를 넘을 것"이라며 "올해 연간 경제 사회 발전의 주요 목표를 실현하고 앞으로의 발전도 튼튼한 기반을 다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j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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