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돈바스 연결하는 요충지…러시아군 포위한 채 집중포화
"20만 명 이상이 대피 기다리지만 1명도 탈출 못 해"
마리우폴 의회 "반인류 범죄 절대 잊지 않고, 용서하지도 않을 것"
(이스탄불=연합뉴스) 김승욱 특파원 = 열흘 이상 러시아의 포위 공격이 이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 도시 마리우폴의 부시장이 "도시가 사라졌다고 해야 할 지경"이라고 참상을 전했다.
dpa통신에 따르면 세르히이 오를로프 마리우폴 부시장은 11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이 도시 전체를 완전히 봉쇄하고 포격과 폭격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를로프 부시장은 "20만 명 이상이 대피를 기다리고 있지만, 지금까지 민간인의 대피를 위해 인도주의 통로를 설치하려는 노력은 모두 실패했다"고 전했다.
이어 "식수와 식량·의약품 등 인도주의적 지원품을 실은 트럭도 도시 안으로 진입할 수 없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그는 "우리 도시가 얼마나 파괴됐는지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이전의 도시는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 마리우폴은 이제 그로즈니나 알레포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그로즈니는 러시아 연방 체첸 공화국의 수도로 과거 제2차 체첸 전쟁 당시 러시아군이 열압력탄을 사용해 초토화한 곳이다.
알레포는 10년째 내전 중인 시리아 북부의 도시로 반군과 정부군 간 격전이 벌어지고, 정부군을 지원하는 러시아군의 공습이 이어지면서 도시의 기반시설 대부분이 파괴됐다.
마리우폴은 2014년 러시아가 무력을 동원해 우크라이나로부터 병합한 크림반도와 우크라이나 동부 친러 반군이 '독립'을 선언한 돈바스 지역 사이에 있는 요충지다.
러시아가 마리우폴을 점령하면 크림반도와 돈바스 지역을 연결할 수 있는 까닭에 개전 전부터 러시아군이 가장 먼저 공격할 곳으로 꼽혀왔다.
전날까지 키이우 인근과 수미, 크라스노필랴, 트로스얀네츠, 이지움 등지에서 교전 지역 민간인의 대피가 이뤄졌으나, 마리우폴에서는 현재까지 단 한 명도 도시를 탈출하지 못했다.
마리우폴 시의회는 이날 온라인 성명에서 "12일째 이어진 러시아군의 포위와 포격의 결과로 적어도 1천582명의 시민이 목숨을 잃었다"며 "우리는 이런 반인류 범죄를 절대 잊지 않을 것이고, 용서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바딤 데니센코 우크라이나 내무부 보좌관도 이날 "마리우폴의 상황은 치명적"이라며 "러시아가 고의로 민간인의 대피를 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러시아 국방관리센터 지휘관 미하일로 미진체프는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자들이 도시를 외부와 완전히 차단했다"며 "이들이 모든 다리를 끊고 도로를 파괴하고 지뢰를 매설했다"고 반박했다.
kind3@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