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러, 점령지 시장 잡아가두고 '테러범' 딱지(종합)

입력 2022-03-12 15:04   수정 2022-03-12 15:15

[우크라 침공] 러, 점령지 시장 잡아가두고 '테러범' 딱지(종합)
멜리토폴 시장…국기 안내리자 검은봉지 씌워 압송
괴뢰정권 수립 수순…젤렌스키 "민주주의 겨냥한 범죄"


(이스탄불·서울=연합뉴스) 김승욱 특파원 전명훈 기자 = 러시아군에 점령당한 우크라이나 남부 멜리토폴에서 시장이 집무실에서 끌려 나와 구금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우크라이나는 '전쟁 범죄'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친러 반군 세력은 시장이 '테러 행위'를 저질렀다며 조사하겠다는 입장이다.
12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유튜 등에는 이반 페도로프 멜리토프 시장이 머리에 검은 봉지를 뒤집어쓴 채 무장 군인에 의해 멜리토폴 시청사 밖으로 끌려나가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이 확산했다.
CNN은 분석 결과 동영상이 사실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이번 전쟁이 발발한 이후 우크라이나 정치인이 러시아군이나 친러시아 세력에 체포·구금돼 조사를 받게 되는 것은 처음이다.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 친러 반군이 설립한 자칭 국가 루한스크(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 검찰청은 페도로프 시장이 우크라이나 민족주의 단체 '올바른 영역'의 조직원이었으며 테러 혐의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LPR 검찰청은 "페도로프 시장이 이 단체에 자금을 댔으며, 이 자금이 평화로운 돈바스 주민을 상대로 벌이는 테러 범죄에 활용됐다"고도 밝혔다고 DPA통신은 전했다.
그러나 CNN은 문제의 페도로프 시장이 참여한 조직에 대해 "반 러시아 성향을 띠긴 했지만, 푸틴의 주장과 같은 파시스트적인 위협을 하지는 않았다"고 보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침공을 우크라이나의 탈나치화, 탈군사화를 위한 군사작전으로 규정하고 있다.
실질적으로 탈나치화는 러시아에 반하는 지도층 인사를 제거하고 친러시아 괴뢰정권을 수립하는 것을 의미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우크라이나 내무부 장관 보좌관의 말을 근거로 페도로프 시장이 러시아군에 협조하지 않고, 집무실에 우크라이나 국기를 계속 걸어놨기 때문에 체포됐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는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소셜미디어에 메시지에서 페도로프 시장의 구금에 대해 "한 인물에 대한, 한 사회에 대한, 우크라이나 한 국가에 대한 범죄가 아니다"라며 "민주주의에 대한 범죄"라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침략자들의 나약함을 보여준다"며 "(러시아는) 꼭 필요한 시민의 지지를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
우크라이나 외무부도 페도로프 시장 구금을 '납치'로 규정하며 "제네바 협약을 위반한 전쟁 범죄"라고 비판했다.
러시아는 페도로프 시장이 납치됐다는 주장에 대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러시아는 개전 사흘째인 지난 달 26일 멜리토폴을 점령했다.
kind3@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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