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량 최대' 베네수, 석유 수급 구원투수?…"증산능력 한계"

입력 2022-03-12 07:58  

'매장량 최대' 베네수, 석유 수급 구원투수?…"증산능력 한계"
부실 경영·제재 등으로 생산능력 급감…"러 원유 대체 어려워"
베네수엘라 "제재 해제되면 연내 미·유럽에 석유 공급 가능"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서방의 제재가 러시아산 원유로까지 확대되면서, 국제시장에서 공급이 줄어들 러시아 원유의 대체재로 베네수엘라산 원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재 베네수엘라의 석유 생산 능력 등을 고려할 때 러시아산 원유의 빈자리를 메우긴 힘들 것으로 전망한다고 AFP통신 등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에 먼저 눈을 돌린 것은 한때 베네수엘라 원유 최대 고객이었던 미국이다.
미국은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 2018년 선거에 부정이 있었다고 보고 베네수엘라 정권에 대한 제재를 대폭 강화했다.
특히 정권의 '돈줄'을 옥죄기 위해 국영 석유회사 PDVSA에 제재를 가하면서 베네수엘라산 원유의 미국 수출도 막았다.
그러나 최근 미국 정부는 러시아산 원유의 수입을 금지하는 독자 제재를 발표하면서 이에 앞서 베네수엘라에 고위급 대표단을 보내 마두로 대통령을 만났다.
베네수엘라산 원유가 미국 등으로 다시 공급될 수 있도록 베네수엘라에 대한 제재를 일부 완화하기 위한 정지작업으로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제재 해제가 절실했던 마두로 정권도 반색했다.

베네수엘라는 미국과의 회동 이후 중단됐던 야권과의 대화를 재개하고 자국에 수감 중이던 미국인 2명을 석방하며 관계 개선 의지를 강조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현재 일 평균 80만 배럴 수준인 석유 생산량을 연말엔 200만 배럴까지 늘리겠다고 말했다.
베네수엘라 국회 에너지위원회 소속 앙헬 로드리게스 의원도 이날 러시아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제재가 해제될 경우 "올해 중반엔 미국과 유럽에 석유를 공급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베네수엘라 정부의 의욕만큼 충분한 석유가 생산될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의견이 많다.
전 세계에서 원유 매장량이 가장 많은 베네수엘라는 2008년 무렵 일 생산량이 320만 배럴에 달했으나 부실 경영과 투자 부족, 부패, 미 제재 등이 맞물리며 2020년 50만 배럴대로까지 추락했다.
최근 이란 등 우방의 도움으로 생산량이 다시 늘긴 했으나 자국 수요를 충당하고 중국, 인도 등에 약속된 물량을 공급하기도 빠듯한 수준이라고 AFP통신은 설명했다.
베네수엘라센트랄대의 석유 전문가 라파엘 키로스는 AFP에 "베네수엘라가 대안이 되려면 증산 능력이 있어야 한다"며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 카를로스 멘도사 포테야는 마두로 대통령이 말한 일 200만 배럴 생산에 도달하기 위해선 "4∼5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블룸버그통신은 베네수엘라뿐만 아니라 멕시코, 에콰도르, 콜롬비아 등 중남미 다른 산유국의 생산량도 정체 수준이라며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석유 공급처로 중남미를 주목하는 이들은 다시 생각해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나마 증산을 기대할 수 있는 곳은 중남미 최대 산유국인 브라질과 신생 산유국 가이아나 정도지만 그마저도 단기간에 공급 확대를 기대하긴 힘들다고 블룸버그는 내다봤다.
베네수엘라만 놓고 보면 일단 제재 해제까지 가는 길도 쉽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 정부가 그간의 원칙을 깨고 마두로 정권과 직접 접촉한 것이 알려진 후 미 공화당뿐 아니라 민주당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민주당 소속 밥 메넨데스 상원 외교위원장은 "베네수엘라 국민의 민주주의 열망은 수천 배럴 석유보다 훨씬 가치가 있다"고 꼬집었다.
베네수엘라가 러시아의 가까운 우방이고, 우크라이나 사태 와중에 여러 차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지해온 점도 변수다.
베네수엘라는 미국에 관계 개선을 손짓하는 와중에도 전날 부통령이 러시아 외무장관을 만나 "좋은 친구"라고 표현하는 등 '줄타기 외교'를 하는 모습이다.
이날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의원도 러 언론에 "미국과 유럽으로의 석유 수출 재개가 러시아와의 관계에 영향을 주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mihy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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