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손실보상 제도 개편·방역지원금 600만원 추가 지급 공언
50조원 언급했으나 설계방식 따라 추경 규모는 달라질 수도
적자 국채 발행, 국가채무 등 부담…재원 마련 위한 지출 구조조정도 한계
'한국판 뉴딜' 등 文정부 주요사업 예산을 깎으면 민주당 반발 예상
(세종=연합뉴스) 차지연 기자 = 제20대 대선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당선인의 승리가 확정되면서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 편성이 가시화하고 있으나 규모와 내용은 아직 '안갯속'이다.
2차 추경 관련 논의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출범 후 속도가 붙을 전망인데, 소상공인 지원에 중심을 두되 유가 대응책 등도 함께 마련하는 방향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우려와 재원 마련 방안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 손실보상 제도 개편·방역지원금 600만원 추가 지급 공언
13일 대선 공약집과 후보 시절 인터뷰 등에 따르면 윤 당선인은 취임 후 100일간 '코로나 긴급 구조 프로그램'을 시행해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한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현 정부의 손실보상 방식이 불완전하다고 판단해 '정당하고 온전한 손실보상'이 이뤄지도록 제도를 손보겠다는 것이다.
규제 강도와 피해 정도에 비례해 소상공인에 최대 5천만원을 지원하고, 국세청과 지방자치단체가 보유한 행정자료를 근거로 지원액의 절반을 선(先)보상하는 것이 윤 당선인의 구상이다.
윤 당선인은 또 후보 시절 "제가 대통령이 된다면 즉시 기존 (방역지원금 300만원) 정부안과는 별개로 600만원을 추가해 최대 1천만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함께 소상공인·자영업자·중소기업의 기존 대출금 만기를 충분한 정도로 연장하고 세금, 공과금, 임대료, 인건비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세제 지원을 하는 한편, 금융 지원 등을 통해 기존 지원제도의 사각지대를 없애겠다고 공언했다.
소액 채무 원금을 90%까지 감면해주는 방식의 긴급구제식 채무 재조정도 공약으로 제시했다.
◇ '50조원' 언급했지만 방식 따라 추경 규모 달라질 수도
윤 당선인은 우선 인수위에 코로나위기대응TF를 설치해 코로나19 피해 지원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윤 당선인이 소상공인·자영업자 피해 지원을 위해 필요하다고 언급한 재정자금 규모는 50조원이다.
윤 당선인이 기존에 공약한 내용이 어떤 방식으로 실현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소상공인에 일시 현금 지원 방식의 방역지원금을 600만원 추가 지급하고 손실보상 제도도 손보는 '투트랙'이 될지, 손실보상 제도만 개편해 보상액을 늘려주는 방식이 될지는 논의 과정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올해 초 320만명 소상공인에 300만원 방역지원금을 지급하는 데 9조6천억원의 예산을 썼다. 윤 당선인이 공언한대로 600만원을 추가로 지급하려면 19조2천억원이 더 필요하다.
손실보상 제도 개편에도 추가 재원을 들여야 한다.
당장 2분기부터 손실보상 대상과 금액을 모두 늘리려면 수조원의 예산이 더 필요하고, 소급 적용까지 검토한다면 필요한 예산은 더욱 많아진다.
방역지원금을 더 주고 손실보상도 당장 확대하려면 추경 규모는 20조원 이상이 돼야 한다. 다만 손실보상 제도만 바꿔 향후 지급액을 점차 늘려 장기적으로 50조원의 보상을 하는 방식으로 갈 경우 추경 규모는 줄어들 수 있다.
여기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라 치솟는 유가 관련 대책도 추경에 담겨야 하는 상황이다.
당장 정부가 4월 말 종료 예정이던 유류세 인하를 3개월 연장하기로 하면서 세수가 1조3천억원 넘게 줄어들게 돼 이를 반영해야 한다. 유류세 인하율을 확대하면 세수 감소분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유가가 지금보다 더 오르면 유류세 환급과 저소득층 유가보조금 등 재정이 들어가는 사업을 추경에 넣어야 할 수도 있다.
◇ 인플레 압박·재원 마련방안 고민해야…민주당 협조도 필요
다만 추경 규모와 내용을 결정하기까지는 물가 상황과 재원 마련 방안이라는 변수가 있다.
현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를 목전에 두고 있는데 수십조원 규모의 추경을 통해 시중에 대규모 유동성이 추가로 풀리면 물가 상승 압박이 더 커질 수 있다.
한국은행은 추가 금리 인상을 검토하고 있는데 정부가 '슈퍼추경'을 편성한다면 재정과 통화정책이 '엇박자'를 낸다는 지적이 또 나올 수밖에 없다.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도 문제다.
윤 당선인은 재정건전성의 급격한 악화는 피해야 한다는 기조를 보여온 만큼 4월 이후 세계잉여금으로 처리되는 지난해 초과세수와 올해 본예산 지출 구조조정 등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는 방안에 무게를 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올해 첫 추경을 편성하면서 11조3천억원의 적자국채를 발행해 지난해 초과세수 중 일부는 이를 갚는 데 써야 한다.
본예산 지출 구조조정도 한계가 있다. 올해 607조7천억원 예산 중 절반은 복지 등 의무지출이고, 나머지 절반의 재량지출도 인건비, 계속사업 등을 고려하면 줄일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윤 당선인이 언급한 50조원을 이번 추경으로 모두 편성한다면 적자국채 발행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경우 1천75조7천억원의 국가채무는 더 불어나고 국채시장도 혼란을 겪어 전체 경제에 부담이 된다.
현 정부의 '한국판 뉴딜' 등 주요 사업 예산을 깎아 재원을 마련한다고 해도 내용과 규모에 따라 이제 야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의 거센 반발에 부딪힐 수 있다.
172석의 '거대 야당' 민주당의 협조를 얻지 못한다면 추경 국회 통과가 사실상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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