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러군에 포위 마리우폴·체르니히우 '고사 위기'

입력 2022-03-13 00:05   수정 2022-03-13 10:15

[우크라 침공] 러군에 포위 마리우폴·체르니히우 '고사 위기'
"난방 배관 물 빼내 식수로 사용"…의약품 공급 절실


(테헤란=연합뉴스) 이승민 특파원 = 러시아군에 포위된 우크라이나 도시 마리우폴과 체르니히우가 고사 위기에 놓였다고 국제단체들이 진단했다.
12일(현지시간) AP·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아조우해(아조프해) 연안 도시 마리우폴은 12일째 고립 상태다.
러시아군은 마리우폴을 포위해 연일 맹렬한 공격을 퍼붓고 있다.
현지 당국은 이로 인해 마리우폴에서만 1천582명의 민간인이 목숨을 잃었다고 집계했다.
유엔인도지원조정실(OCHA)은 외부와 연결이 차단된 이 도시 주민들이 식량, 식수, 의약품 부족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밝혔다.
OCHA는 성명에서 "물자 공급 부족으로 인해 민간인 간 약탈과 폭력 행위가 보고되고 있다"면서 "특히 의약품 부족이 많은 사람의 목숨을 위협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 도시 병원은 부분적으로만 운영되고 있고, 시민들이 먹을 물과 음식이 매우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80여명이 대피해 있던 모스크(이슬람 사원)가 폭격을 받았다.
지난 9일 마리우폴의 산부인과 병원이 공습을 받아 3명이 숨지고 10여명이 다쳤다.

수도 키이우(키예프)에서 북동쪽으로 약 150㎞ 떨어진 체르니히우의 사정도 비슷하다.
체르니히우는 러시아군에 일주일 이상 포위된 상태다. 행정 당국자는 현재 이 지역의 전기, 식수, 가스가 바닥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 도시 랜드마크인 '호텔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군의 폭격으로 파괴됐다.
비아체슬라프 차우스 체르니히우 주지사는 이 호텔 앞에서 취재진에게 "이 도시에 더는 호텔이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여전히 존재하며 승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도주의 단체인 국경없는의사회(MSF) 보고서에서 "마리우폴 주민들이 난방용 배관에서 물을 빼어내 식수로 쓰고 있다"고 전했다.
또 이 도시 주민들은 휴대전화와 인터넷 연결이 제대로 되지 않아 휴대용 라디오로 전쟁 상황을 듣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지의 한 구조대원은 "거리에 사망자와 부상자들이 방치되고 있으며, 이웃들이 아무 곳에나 땅을 파고 시신을 묻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마리우폴에서 신생아 3천명이 의약품과 식량 부족으로 고통받고 있다"며 "러시아군은 40만명을 인질로 잡고 인도주의적 지원과 대피를 차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러시아는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공격은 없었다고 부인한다.

logo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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