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중국이 우크라이나 사태에 중재자로 나서는 데 미중 간 불신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이 분석했다.
중국이 러시아 설득에 나서지 않는 것은 외교적·철학적 이유 때문만이 아니라 미국과의 관계 때문이기도 하다는 설명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4일 "유럽연합(EU)과 미국은 중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저지하기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기를 고대하고 있다"며 "그러나 중국이 무엇을 할 것인지 계산할 때, 중국이 여전히 미국의 지정학적 최우선 관심사인 상황에서 미국과의 관계에 대한 깊은 불신이 그 모든 협력 요청에 먹구름을 드리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고 전했다.
신문은 소식통을 인용, 미국 정부 내에서 러시아에 제재를 부과할 때 중국의 협조를 일정 수준 확보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쟁이 벌어졌다고 밝혔다.
그러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틀 후 미군 전함이 대만해협을 통과한 데 이어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전직 고위 관료들로 구성된 대표단을 대만에 파견하는 등 중국의 입장에서는 도발적인 행동이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상하이국제문제연구소의 자오룽 연구원은 "미국의 전반적 전략은 여전히 러시아-우크라이나 분쟁에 과도하게 투자하지 않는 것으로, 그렇게 할 경우 인도·태평양 전략을 통해 중국을 억제하겠다는 최우선 관심사를 간과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미국의 러시아 대응에 동의하지도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은) 한편으로는 우리에게 중재를 요청하고 협력을 요청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계속해서 제재를 가하고 무기를 보내는 등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계속하고 있다"며 "이는 중국이 보고자 하는 것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우크라이나 사태에) 개입할 경우 공정성이 어느 정도 확보되길 원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미국보다 유럽과 대화하기를 원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앞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8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화상 회담에서 "현재 우크라이나 사태가 매우 우려스럽다"면서 "프랑스와 독일 그리고 유럽과 소통하고, 당사국의 요구에 근거해 국제사회와 함께 적극적인 역할을 발휘하겠다"고 말했다.
SCMP는 "해당 회담의 결과물은 없지만 최소한 회담은 긍정적이었다"면서 "이는 그 며칠 전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같은 이슈를 놓고 했던 전화 통화와 대조를 이룬다"고 지적했다.
블링컨 장관과 왕 부장은 지난 5일 통화에서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소통했지만 상황 인식과 대응 방안을 놓고 재차 평행선을 그렸다.
중국 푸단대의 국제관계 전문가인 런샤오 교수는 미국이 중국의 중재자 역할을 지원하는 데 그다지 노력하지 않는다고 봤다.
그는 "미국은 러시아 제재에 집중하면서 중국이 중재하는 데는 사실 관심이 없어 보인다"며 "중국의 입장에서는 미국이 이 기회(우크라이나 전쟁)를 활용해 서방 동맹들과 밀착하고, 향후 그들이 중국에 맞서 더욱 뭉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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