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준봉쇄…생산·소비 위축 불가피
시진핑 '대관식' 앞 5.5% 성장 사수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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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대내외 악재로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는 중국 경제가 국내 코로나19 확산이라는 추가 악재에 노출될 전망이다.
특히 대형 기술기업들이 몰려 '중국판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인구 1천700만의 거대 도시 선전시가 전면 봉쇄됐고, '경제수도'인 인구 2천500만의 상하이에도 준봉쇄 수준으로 방역이 강화되는 등 '방역 계엄'이 확대되는 추세다.
◇ 선전 봉쇄에 텐센트·화웨이도 영향…세계 공급망 교란 우려도
4대 거대도시(베이징·상하이·선전·광저우)인 선전이 전면 봉쇄됨에 따라 향후 치러야 할 경제적 대가도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고개를 든다.
선전은 중국 최대 인터넷 기업인 텐센트, 세계적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 세계 최대 드론 업체 DJI 등 첨단 기술기업을 품은 '기술 허브'로 불린다.
이날부터 선전에서는 사회 핵심 필수인력을 제외한 모든 인원의 출퇴근이 금지되면서 사무직은 전면 재택근무에 들어갔고, 여러 제조업 공장들의 가동이 중단됐다.
'투톱'인 선전시와 광저우시를 중심으로 한 광둥성은 제조업 중심지이자 수출 전진 기지로서 중국 경제 성장을 견인하는 지역이다. 작년 광둥성 국내총생산(GDP)은 약 1조9천200억 달러로 중국 1위를 차지했는데, 세계 10위인 한국의 GDP를 웃돈다.
이에 따라 이 일대 산업 가동 중단이나 차질은 중국 경제는 물론 수출에도 영향을 줘 가뜩이나 불안한 세계 공급망을 더욱 교란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현재 선전을 포함한 광둥성 전체가 중국에서 '감염 거점'인 북부 지린성 다음으로 코로나19 확산이 심각한 지역에 속한다. 광둥성의 전날 하루 신규 감염자 수는 230명으로 집계됐다.
수출 기지인 둥관시에서만 전날 151명의 감염자가 나오면서 홍콩발 오미크론 변이가 선전을 거쳐 광둥성 전역으로 급속히 번져가는 모습을 보인다는 점에서 당국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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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동산·미중갈등·美금리인상·우크라·코로나…악재 '겹겹'
선전뿐만 아니라 지린성의 창춘시와 지린시는 지난주부터 이미 봉쇄가 시작됐다.
창춘에서는 중국의 3대 자동차 기업 중 하나인 이치 자동차가 지난 13일부터 16일까지 나흘간 창춘지역 5개 자동차 생산공장 조업을 중단했다.
중국의 고급 브랜드 훙치(紅旗)와 아우디, 도요타 등 외국 합작 브랜드 공장이 밀집한 이치 자동차 창춘 공장들은 연간 총 145만대의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로 인해 5만대의 자동차 생산이 감소할 것으로 경제관찰보는 예상했다.
창춘의 도시 봉쇄가 장기화하면 이치 자동차 조업 정상화 시기도 늦춰져 손실은 더욱 커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봉쇄령이 내려지지는 않았지만 상하이에서도 코로나19가 퍼지면서 방역 수위가 높아져 경제 활동에 큰 지장을 주고 있다.
14일부터 초중고교와 유치원이 모두 휴업하거나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한 가운데 확진자와 밀접접촉자가 나온 주거지들이 곳곳에서 봉쇄됐다.
아직 대부분 직장인은 정상 출퇴근을 하지만 당국이 불필요한 외출 자제를 요구하고 있다. 국지적 주거지역 봉쇄 조치가 급증하면서 출근을 하지 못하는 직장인들도 적지 않다.
상하이시의 여러 구(區)정부들은 각자 관내 체육·오락 시설의 문을 닫게 하고 음식점은 배달 영업만 하도록 요구하면서 서비스업 사업자들이 큰 타격을 받게 됐다.
상하이시 당국이 관내 서비스업 운영에 이처럼 제한을 가한 것은 2020년 우한 사태 이후 처음이다.
상하이에서 여러 개의 한식당을 운영하는 한 교민은 "지난 주말부터 구 당국에서 실내 영업을 하지 못하게 하고 공무원들이 돌아다니며 점검을 하고 있다"며 "배달 영업으로는 평소 매출의 10분의 1이나 나올까 말까 한데 사업자들에게 너무 힘든 시기가 다시 돌아와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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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중국의 경제 중심지인 선전과 상하이를 포함한 여러 도시가 완전히 봉쇄되거나 준봉쇄 상태에 들어가면서 생산과 소비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과거에도 국지적인 도시 전면 봉쇄가 산업 생산에 직접적인 타격을 준 일이 잦았다.
작년 12월을 전후한 시안 봉쇄는 한국 삼성전자 공장 등 현지 생산에 지장을 초래했고, 지난 1월 톈진 봉쇄로 도요타 공장이 일주일 넘게 가동을 중단했다.
지난달 장쑤성 쑤저우시 코로나19 확산 때는 중국의 전자·반도체 생산 거점인 쑤저우공업원구에 있는 반도체 업체들과 삼성 백색 가전 공장이 가동을 잠시 멈추기도 했다.
중국식 제로 코로나 정책에 기반한 도시 봉쇄는 생산에도 큰 차질을 주지만 심각한 소비 위축도 초래한다.
소비는 중국의 가장 강력한 경제 성장 엔진이라는 점에서 봉쇄가 소비에 주는 악영향이 경제에 더욱 심각한 위축을 초래한다는 지적도 많다.
실제로 중국에서는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소비 활력이 예년 수준으로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이 최근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기간 제로 코로나 정책 완화 희망을 조심스럽게 피력한 것도 제로 코로나 정책이 소비를 중심으로 자국 경제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우한 사태 이후 최악의 코로나19 확산은 중국이 안팎의 도전 속에서 올해 경제 성장 목표를 1991년 이후 31년 만에 가장 낮은 5.5%로 제시한 가운데 나타났다.
당국의 고강도 규제가 초래한 부동산 시장 위축 등의 여파 속에서 지난해부터 중국 경제의 성장 동력이 급속히 약해지고 있는 데다 새해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대외 불확실성까지 증폭된 상태다.
미중 갈등 심화, 미국의 본격 금리 인상으로 인한 국제 금융 환경 변화 예고 등 중국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불확실성 변수도 켜켜이 쌓여 있다.
따라서 올가을 시진핑 주석의 장기 집권 시대의 문을 열 20차 당대회를 앞두고 경제·사회 안정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중국이 힘든 도전에 직면할 수밖에 없게 됐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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