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주변 러 신흥재벌 재산 은신처 될까 우려
우크라의 방어용 군수품 지원 요청 거절…난민 수용에도 인색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러시아 제재 동참을 주저하는 이스라엘을 향해 미국이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고 일간 하레츠 등 현지 언론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빅토리아 눌란드 미 국무부 차관은 최근 채널12 뉴스와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이 미국 주도의 대러시아 금융 및 수출 통제 제재에 동참해야 한다고 말했다.
눌란드 차관은 "우리는 (러시아) 정권을 쥐어짜야 한다. 러시아가 필요로하는 수익을 용인해서는 안 되며, 푸틴 주변의 올리가르히(신흥재벌)와 러시아 경제를 쥐어짜야 한다"고 말했다.
눌란드 차관은 이어 "(이스라엘이) 푸틴 전쟁의 연료가 되는 더러운 돈의 마지막 피난처가 되어서는 안 된다"며 "경제 제재 동참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원조나 러시아-우크라 간 중재 노력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눌란드 차관의 이런 발언은 서방의 강도 높은 대러시아 제재에도 최근 러시아에서 출발한 10여 대의 자가용 비행기가 이스라엘에 착륙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나왔다.
한때 러시아의 최대 외국인 투자자로 꼽혔던 펀드와 자산관리회사를 운영하고 있지만 지금은 스스로를 '푸틴의 최대 적'으로 칭하는 빌 브라우더는 트위터에 "지난 열흘간 최소 14대의 러시아발 자가용 비행기가 이스라엘에 착륙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언론은 이들 자가용 비행기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가까운 올리가르히 소유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실제로 영국 프로축구 구단 첼시 소유주로 영국 등 서방 제재 명단에 오른 로만 아브라모비치의 자가용 비행기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일 텔아비브 공항에 착륙한 것으로 확인됐다. 유대계인 아브라모비치는 이스라엘 여권도 소지하고 있다.
러시아 및 우크라이나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온 이스라엘은 그동안 미국과 영국 주도의 대러시아 제재 동참에 미온적이었다.
다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평화회담 중재역을 자임하면서 나프탈리 베네트 총리가 직접 푸틴 대통령을 면담했다. 그러나 중재자로서 아직 눈에 보이는 성과는 내지 못했다.
또 이스라엘은 전쟁을 피해 탈출한 우크라이나 난민 수용도 꺼려왔다. 이스라엘 내무부가 13일 우크라이나 난민 수용 의사를 밝혔지만, 자국에 친척이 있는 경우로 대상을 한정하면서 다시 한번 비난을 받았다.
그뿐만 아니라 이스라엘은 헬멧과 방탄조끼 등 방어용 군수품을 지원해달라는 우크라이나의 요청도 거절했다. 그러자 주이스라엘 우크라이나 대사는 헬멧을 쓴 채 기자회견을 열어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는 이처럼 자국의 요청에 냉담한 태도를 보이는 이스라엘을 강도 높게 비판해왔다.
또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13일 야이르 라피드 이스라엘 외무 장관의 전화 통화 요청도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의 우크라이나 정부 관리는 "이스라엘 외무장관이 통화 계획을 제시했으나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이 바쁘다는 이유로 동의하지 않았다"며 "양국 외무장관 간의 통화는 석 달 전이 마지막"이라고 말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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