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도 잡는 세포 면역 T세포, 많은 사람이 갖고 있다"

입력 2022-03-14 17:49  

"오미크론도 잡는 세포 면역 T세포, 많은 사람이 갖고 있다"
킬러 T세포 식별하는 항원결정기 52개, 오미크론에 보존 확인
미국 존스홉킨스의대·국립보건원 공동 연구팀, 미생물학회 저널에 논문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SARS-CoV-2)를 막는 인간의 면역계는 크게 체액 면역과 세포 매개 면역(세포성 면역)으로 나눌 수 있다.
체액 면역은 바이러스가 세포에 감염하는 걸 항체로 중화하는 것이다. 백신 접종이나 감염으로 생긴 항체가 이런 일을 한다.
세포 매개 면역은 면역계가 자기 것이 아닌 '비자기 세포'를 파괴하는 것으로 항원 특이반응과 항원 비특이 반응 두 가지가 있다.
신종 코로나에 맞서는 세포 매개 면역의 주역으론 일명 '킬러 T세포' 또는 '세포독성 T세포'로 널리 알려진 CD8+ T세포를 첫손에 꼽는다.
그런데 코로나 팬데믹(대유행) 초반의 원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면역이 생긴 사람은 최근의 우세 종인 오미크론 변이에 대해서도 강한 세포 매개 면역 반응을 보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킬러 T세포의 면역 반응을 자극하는 신종 코로나의 항원결정기(epitope)가 오미크론 변이에도 거의 그대로 보존돼 있다는 것이다.
이는 킬러 T세포가 50개 이상의 돌연변이가 생긴 오미크론 변이도 분명히 식별할 수 있다는 뜻이다.
세포성 면역 반응이 이렇게 강하면 감염자가 위중증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낮아지는 게 보통이다.
다만, 세포성 면역이 강하다고 오미크론의 돌파 감염을 막지는 못한다.
오미크론의 돌파 감염은 항체가 관여하는 체액 면역의 실패로 생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 존스홉킨스의대와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 알레르기 감염병 연구소(NIAID) 과학자들이 함께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최근 미국 미생물학회 저널 '엠바이오'(mBio)에 논문으로 실렸다.





14일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 사이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이 연구를 주도한 존스홉킨스의대의 아론 토비안 병리학 교수팀은 지난해 1월 중요한 사실을 알아냈다.
알파 변이 이전의 원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됐다가 회복한 사람은, 킬러 T세포가 신종 코로나의 특정 항원결정기를 식별해 강한 세포성 면역 반응을 일으킨다는 것이었다.
킬러 T세포의 표적이 되는 이들 항원결정기가 오미크론 변이에도 고스란히 보존돼 있다는 게 이번 연구에서 확인됐다.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킬러 T세포의 반응이 실제로 초기 신종 코로나에 대한 반응만큼 강하다는 뜻이다.
킬러 T세포는 바이러스나 박테리아 같은 외부 침입자를 직접 파괴하는 능력을 갖춰 이런 별명이 붙었다.
토비안 교수팀은 팬데믹이 본격화한 2020년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경증 또는 중등도 회복 환자 30명으로부터 회복기 혈장(convalescent plasma)을 기증받았다.
샘플 채취는 증상이 사라지고 26일 내지 62일 후에 이뤄졌다.
당시 연구팀은 혈장 기증자들의 면역반응이 충분히 성숙해져 바이러스 공격 능력을 갖춘 킬러 T세포를 왕성히 생성한다는 걸 확인했다.
과학자들은 또 신종 코로나 표면의 스파이크 단백질, 캡시드(바이러스 외피), 내부 비구조 단백질 등으로부터 모두 408개의 항원결정기를 찾아냈는데 이 중 킬러 T세포가 식별하는 건 52개뿐이었다.
이번 연구에선 오미크론 변이가 세포성 면역을 피하려고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과정에서 이들 52개 항원결정기가 어느 정도 손상됐는지 확인했다.
결과는 손상이 없다고 해도 좋을 정도였다.
발현 빈도가 아주 낮은 스파이크 단백질의 항원결정기 하나에서만 경미한 변화가 확인됐다.
이는 아직 오미크론이 킬러 T세포를 피할 정도로 진화하지 못했다는 걸 시사한다.
기증된 회복기 혈장 샘플에선 6개 유형의 '인간 백혈구 항원'(HLA)도 확인됐다.
이들 HLA 유형을 가진 사람을 모두 합치면 미국 인구의 73%가 넘었다.
논문의 수석저자를 맡은 토비안 교수는 "초기 신종 코로나에 감염됐든지, 아니면 코로나 백신을 맞았든지 상관없이 많은 미국인이 오미크론 변이에 면역 반응을 일으키는 세포독성 T세포를 갖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인간의 면역계는 혈청형을 보고 자기 세포인지 외부 세포인지를 구분하는데 이 혈청형을 결정하는 게 바로 HLA다.





결론은 원래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부터 지금의 오미크론에 이르기까지 모든 유형에 강하게 반응하는 세포성 면역반응이 다수의 감염자와 백신 접종자에게 보존돼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현재 사용 중인 코로나 백신은 대부분 '주요 변이'가 나타나기 전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토대로 개발된 것이다.
그런데도 오미크론 변이가 퍼지면서 감염 환자가 상당히 많이 나오는 이유는 이번 연구에서 밝혀지지 않았다.
토비안 교수팀은 "그 이유를 정확히 알아내려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che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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