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러시아산 에너지 감축에 대응할 대체 공급원 모색 차원
"존슨, G7 지도자 중 사우디와 친해…에너지 위기 중재에 제격"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에너지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이번주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증산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고 스카이뉴스 등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날 사지드 자비드 영국 보건장관은 스카이뉴스에 "우린 그들(사우디)의 석유에 직접적으로 의존하고 있진 않지만, 에너지 가격과 접근성은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자비드 장관은 "사우디는 우리와 솔직한 관계를 맺고 있고, 우리한테 매우 중요한 국가"라며 "현재 전개되는 일련의 상황에서 존슨 총리가 사우디를 더 끌어들이는 노력을 하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앞서 존슨 총리가 석유 증산을 설득하기 위해 금주 사우디를 방문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한 스카이뉴스 보도가 나온 후 이뤄졌다.
영국 더타임스도 존슨 총리의 금주 방문 사실이 최종 결정이 나진 않았지만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전했다.
다만 총리실 관계자는 스카이뉴스에 일정이 최종 확정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존슨 총리가 사우디 방문을 추진하는 것은 러시아를 대체할 수 있는 에너지 공급원을 찾아 러시아산 에너지에 대한 영국의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것이다.
지난 8일 영국은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제재 일환으로 자국 수요의 8%를 차지하는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올해 말까지 단계적으로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미국이 러시아산 원유, 가스, 석탄 등 에너지에 대한 금수 조치를 단행한 같은 날이었다.
존슨 총리는 10일 스카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선 "독립적인 에너지 공급을 위해 필요한 조처를 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더는 협박을 못 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존슨 총리는 친정 보수당 의원들로부터 에너지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사우디가 석유 방출을 늘리도록 설득하라는 압박을 받는 상황이라고 스카이뉴스는 전했다.
특히 사우디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통화 요청을 거절한 이후 의원들은 존슨 총리가 중재 역할을 하는 데 제격이라는 목소리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8일 백악관이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 지도자들과 바이든 대통령과의 통화를 추진했으나 거부당했다는 보도가 나온 바 있다.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유가가 급등하면서 미국은 최대 산유국이자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이끄는 사우디에 증산을 요청했으나 OPEC은 이에 호응하지 않았다.
스카이뉴스는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존슨 총리가 다른 G7 지도자와 견줘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더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전했다. 두 사람은 메신저 '왓츠앱'을 통해 문자를 주고받는다고도 했다.
미국 정부는 사우디가 개입한 예멘 내전을 비판하며 무기 판매를 중단했지만, 영국은 사우디에 계속 무기를 수출해왔다.
존슨 총리의 사우디행이 현실화하면 사우디가 최근 대규모 사형 집행으로 인권침해 논란이 불거진 상황에서 서방 지도자의 방문이 이뤄지게 되는 것이다.
지난 12일 사우디는 테러 등의 혐의를 받는 81명에 대한 사형을 하루 만에 집행했다고 발표했다.
이와 관련, 자비드 장관은 인터뷰에서 '영국이 사우디의 인권 논란을 눈감아주는 것이냐'는 질문을 받자 "사우디와 인권 문제를 비롯해 우리의 장기적인 관계에 대해 논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kit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