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2년간 경험해 익숙"…中 동북, 도시 봉쇄에도 '평온'

입력 2022-03-15 11:25  

[르포] "2년간 경험해 익숙"…中 동북, 도시 봉쇄에도 '평온'
"아파트 단지 등 소규모로 하던 봉쇄 규모가 확대된 것에 불과"
생필품 사재기 없어…경제활동 타격 우려

(선양=연합뉴스) 박종국 특파원 = "봉쇄 3일째에 다녀왔는데 고기, 채소들이 많이 쌓여 있었어요. 불안해하거나 물건을 사재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도시가 전면 봉쇄된 중국 지린성 창춘에 거주하는 손성국(58) 씨는 15일 전날 오후 다녀온 아파트 단지 내 슈퍼마켓의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손씨는 "코로나19 확산 징후가 보여 봉쇄 발표 전 필요한 식재료를 조금 넉넉하게 사놨을 뿐 걱정은 없다"며 "다른 사람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자 지난 12일부터 주민들의 외출을 금지하는 도시 봉쇄령이 내려졌지만 인구 900만명의 창춘 주민들은 별다른 동요 없이 비교적 차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 정보통신기술(IT) 기업에서 일하는 왕(32)씨는 "재택근무로 전환돼 오히려 편한 것도 있다"며 "아파트 단지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게 갑갑하지만, 출근하는 것에 비해 좋은 점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틀에 한 번 가족 중 한 명은 생필품 구매를 위해 외출할 수 있어 물건을 많이 사서 쌓아 놓을 필요도 없다"고 덧붙였다.
광둥성 선전시나 상하이시, 산둥성에서 나타나는 사재기나 생필품 가격 급등 현상은 창춘에서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중국 관영 통신 신화사는 "채소와 생필품이 충분히 공급돼 슈퍼마켓마다 물량이 충분하다"며 "가격도 예년 수준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전했다.
확진자가 늘자 통제가 강화된 창춘과 인접한 랴오닝성 선양 주민들의 반응도 비슷하다.
지난 14일 초·중학교 휴교령이 내려지고, 헬스장과 유흥업소 등 다중 밀집시설이 전면 폐쇄된 데다 모든 주민을 대상으로 매일 핵산 검사를 하고 있지만, 주민들은 통과 의례 정도로 여기고 있다.
확진자 폭증을 두고 외부에서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지만, 정작 동북지역 현지인들이 무덤덤한 반응을 보이는 데에는 지난 2년간 계속돼온 초고강도 방역 정책이 자리 잡고 있다.
한 명의 확진자도 허용하지 않는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집하는 중국에서도 동북지역은 유독 강력한 방역을 펼쳐왔다.
해외 입국자의 경우 상하이는 2주간 호텔 격리에 이어 1주간 자가 격리만 하면 되지만 동북지역은 훨씬 엄격해 일부 지역은 4주간의 호텔 격리에 더해 4주간 자가 격리까지 고수해왔다.
확진자가 나온 아파트 단지는 2주간 봉쇄된 뒤 주민 모두를 대상으로 여러 차례 실시하는 핵산 검사에서 주민 전원이 음성 판정을 받아야 출입이 허용된다.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2020년 외국 유학생 입국을 막았던 베이징 등 대도시가 1년 만에 규제를 풀었지만, 동북지역은 올해 들어서야 허용했다.
이마저도 입국한 뒤 적어도 한 달 이상 격리해야 등교가 가능하기 때문에 대다수 외국 유학생이 이번 학기 입국을 포기했다.
홍인석 전 선양 한인회 부회장은 "동북지역은 봉쇄가 일상이 됐다"며 "아파트 단지 등 소규모로 하던 봉쇄 규모가 확대된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의 급속한 확산이 전파력은 강하지만, 치명률은 낮은 오미크론 변이가 지배종이 된 데 따른 것이라는 방역 당국의 발표도 불안감을 덜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동북지역 주민들도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2년째 지속하는 초고강도 통제가 일상생활은 물론 경제 활동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고, 결국 지역 경제가 침체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당장 중국 3대 자동차 기업 중 하나이자 창춘의 대표적 기업인 이치 자동차가 지난 13일부터 창춘에 있는 5개 공장의 조업을 전면 중단하는 등 도시 봉쇄에 따라 대부분 생산시설이 문을 닫았다.



철강과 자동차 등 중공업의 거점지역으로, 한때 중국 경제 발전을 선도했으나 첨단산업이 포진한 선전 등에 밀려 '낙후도시'가 돼버린 경제 재건을 위해 공을 들이는 외자 유치 역시 고강도 방역 정책의 영향으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주 선양 한국총영사관 관계자는 "재택근무가 가능한 IT 업종과 달리 현장 인력이 필요한 중후장대 산업은 봉쇄 조치가 내려지면 공장이 올스톱돼 타격이 크다"며 "2년째 고수하는 고강도 방역 정책이 외국기업들의 투자를 꺼리게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폭증하는 코로나19도 통제해야 하지만, 생산시설 중단 장기화도 방치할 수 없는 처지라 방역 정책에 대한 고민이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pj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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