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 서방의 제재를 받은 러시아의 억만장자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이스라엘 공항에 버젓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로이터 통신이 14일(현지시간) 입수한 사진을 보면 아브라모비치는 이날 이스라엘 벤구리온 국제공항 VIP 라운지에 있었습니다.

점퍼 차림에 턱에 마스크를 걸친 그는 라운지 의자에 앉아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다가, 시선을 의식한 듯 마스크로 다시 얼굴을 가리고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구단 첼시의 구단주였던 그는 우크라이나 침공을 주도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러시아 신흥재벌(올리가르히) 가운데 하나입니다.

영국 정부는 지난 10일 푸틴을 고립시키기 위해 아브라모비치를 비롯한 러시아 부호 7명을 제재 대상에 올렸고, 이후 유럽연합(EU) 외무장관들도 그를 제재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그가 이용해온 것으로 알려진 자가용 비행기가 지난 13일 이스라엘 공항에 착륙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후 제재 동참을 주저하는 이스라엘이 아브라모비치를 비롯한 러시아 부호들의 제재 회피처가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의혹과 함께 이스라엘 정부를 향한 비난 여론도 커졌습니다.

항공기 위치추적 사이트인 플라이트레이더24에 따르면 이스라엘 공항에 착륙했던 아브라모비치의 자가용 비행기는 14일 터키 이스탄불 공항을 거쳐 15일 새벽 러시아 모스크바에 착륙했습니다.
그러나 이 비행기에 아브라모비치가 타고 있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 비행기에 그가 타고 있었다면 그는 서방의 제재가 미치지 못하는 지역에서 유유히 활보하고 있었던 셈입니다.
유대계인 아브라모비치는 이스라엘과 포르투갈 시민권도 가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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