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안정 절실하나 추가 통화완화 공간 넓지 않아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3년여 만에 금리 인상에 시동을 걸었지만 경기 진작이 다급한 중국은 추가적 통화정책 완화를 예고했다.
미·중 금리 격차 축소는 외자 이탈 등으로 중국 경제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통화정책 '역주행'을 택한 중국의 고심도 커질 전망이다.
미 연준은 16일(현지시간) 3년 3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며 본격적인 금리 인상의 시작을 알렸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반대로 통화정책 완화를 통한 경기 부양을 예고한 상태다.
중국 국무원은 16일 시진핑 국가주석의 '경제 책사'인 류허 부총리 주재로 금융안정발전위원회 특별 회의를 열고 "거시경제 정책과 관련해 반드시 1분기 경제를 진작하고 능동적인 통화정책을 펴나가 신규 증가 대출 규모가 적절하게 늘어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특별 회의는 최근 미국에 상장한 중국 기업의 강제 상장 폐지 우려 부각, 코로나19 대확산,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불안 요인이 겹치면서 중국 기업 주가가 폭락하고 중국 경제 전반에 걸친 부정적 전망이 급속히 고개를 든 가운데 이뤄졌다.
몇 시간 뒤 나올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을 앞두고 완화적 통화정책을 펴겠다는 의지를 구체적으로 천명한 것이다.
인민은행은 금융안정발전위원회 회의 직후 별도로 낸 성명에서 "적기에 시장이 관심을 보이는 핫이슈와 관련해 대응하겠다"며 "전망을 안정화하고 (시장) 신뢰를 높여 중국 경제가 안정적이고 건강하게 발전하도록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인민은행이 조만간 사실상의 기준금리인 대출우대금리(LPR) 등 정책 금리나 지준율을 추가로 내릴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저우마오화 광다은행 애널리스트는 "이번 금융안정위는 1분기 경제 상황을 고도로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며 "향후 지준율과 금리를 인하해 신용대출의 합리적 증가세를 촉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롄핑 즈신투자연구원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통화정책과 관련해 능동적으로 실질적 조처에 나서게 될 것"이라며 인민은행이 우선 역환매조건부채권(역RP)와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를 통해 유동성 공급을 점차 늘려나가다가 2분기 들어 소폭 지준율을 내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국이 이처럼 미국과 반대 방향의 통화정책을 펴는 것은 자국의 경제 흐름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규제가 초래한 부동산 위축, '제로 코로나' 정책 속 코로나19 확산 심화, 빅테크 사업 위축 등의 여파 속에서 중국 경제가 작년 하반기부터 급랭하고 있다.
시 주석의 3연임을 사실상 확정할 것으로 예상되는 올가을 20차 당대회를 앞두고 중국 당정은 작년 12월 중앙경제공작회의를 기점으로 공동 부유·저탄소 등 '구조 개혁'을 뒷순위로 미루고 '안정 최우선' 기조를 확립하면서 정책 방향을 크게 조정한 상태다.
이미 인민은행은 작년 12월부터 LPR를 두 차례, 지준율을 한 차례 각각 내리면서 시중에 유동성 공급을 확대했다.
중국은 이번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올해 성장률을 30여년 만에 가장 낮은 5.5%로 제시하면서 '안정 최우선' 경제 기조를 확정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원자재·공급망 충격, 러시아 제재를 둘러싼 미중 대립 격화 등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다.
연초 부양 정책의 효과로 1∼2월 산업생산·소비 등 일부 지표가 개선된 것으로 나타나기는 했지만 일부 규제 완화에도 가격·거래량 등 여러 면에서 경기 회복의 관건인 부동산 시장의 위축 현상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국제 금융시장과 긴밀히 연결된 중국이 주요 국가의 전반적인 금리 인상 기조를 계속 거스를 수만은 없는 형편이기에 통화정책을 추가로 완화할 공간이 제한적이라는 평가도 많다.
이미 연준의 금리 인상이 채권 금리에 선반영되면서 2020년 6월까지만 해도 2.5%포인트에 달했던 미·중 10년물 국채 금리차는 최근 최저 수준인 약 0.6%포인트까지 좁혀진 상태다.
미중 금리 격차 축소가 계속되면 중국에서 외국 자본이 이탈하면서 중국에서 주식과 채권 가격이 급락하고 외환시장이 동요하는 등 큰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
또한 미중 금리 격차 축소는 위안화 평가절하를 자극할 수도 있는 요인이다. 작년 기록적인 무역흑자에 힘입어 위안화는 줄곧 초강세 흐름을 보여왔는데 미국의 금리 인상이 본격화고 중국은 거꾸로 금리를 내리면 위안화가 약세 흐름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관측이 대두했다.
인민은행 직속 신문인 금융시보는 작년 12월 미중 금리 격차 축소와 중국의 수출 둔화가 위안화 평가절하의 주된 압력 요인이 될 것으로 분석하면서 자국의 수입 기업과 외채를 이용하는 기업이 환 위험 회피(헤지)를 효과적으로 해 위안화 평가절하로 초래될 수 있는 손실을 막아야 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중국국제금융공사(CICC)는 이날 보고서에서 "미국 연준이 광범위한 통화 팽창 문제를 지적하면서 점도표를 통해 대폭 금리를 인상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며 "(미국) 통화 긴축의 영향은 올해 2022년의 (중국의) 주요 거시 위험 요인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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