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 무기 '킬러 T세포'도 암세포가 이 효소 풀면 스스로 죽는다

입력 2022-03-17 17:16  

최강 무기 '킬러 T세포'도 암세포가 이 효소 풀면 스스로 죽는다
ART1 '면역관문' 효소, T세포 수용체 조작해 세포예정사 유도
미국 웨일 코넬의대 연구진, 저널 '사이언스 중개 의학'에 논문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인간을 포함한 포유류의 면역계는 면역세포가 과민해져 자기 조직을 공격하지 못하게 제어하는 다양한 안전장치를 갖고 있다.
암세포는 인간의 타고난 항암 면역반응을 차단하는 데 종종 이 메커니즘을 이용한다.
과학계에선 이 기제를 '면역 관문'(immune checkpoints)이라고 한다.
항암 면역 분야에서 주목받는 '면역 관문 억제' 치료법은 암세포의 면역 회피 전술을 역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면역 관문 억제제는 실제로 몇몇 유형의 암에 쓰이는 표준 치료에 포함돼 있고, 일부 환자는 놀라운 효과를 보기도 한다.
그런데 암 중에는 이런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게 훨씬 더 많다.
암세포가 이용하는 '면역 관문' 가운데 아직 드러나지 않은 게 많다는 뜻이다.
미국 웨일 코넬의대 과학자들이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폐암의 '면역 관문' 효소를 발견했다.
ART1이라는 이 효소가 종양 세포에 과도히 발현하면 킬러 T세포 수용체의 유전 형질이 변해 T세포가 스스로 소멸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다시 말해 ART1이 킬러 T세포의 세포예정사((Programmed cell death)를 유도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효소의 발현을 막으면 킬러 T세포가 급속히 증가해 종양의 성장을 억제한다는 게 동물실험에서 확인됐다.
이 연구 결과는 16일(현지 시각) 저널 '사이언스 중개 의학'(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에 논문으로 실렸다.




ART1은 폐암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연구팀은 비소세포 폐암(NSCLC)의 가장 흔한 유형에서 ART1 유전자가 매우 높게 발현한다는 걸 발견했다.
생쥐 실험을 해 보니 ART1 발현도가 과도히 높은 비소세포 폐암은 빨리 성장했고, ART1의 발현을 차단하면 종양의 성장이 둔화했다.
그런데 면역계가 온전한 생쥐만 ART1 차단의 종양 억제 효과가 나타났다.
항암 면역이 제대로 작동해야 ART1을 차단하는 효과가 생긴다는 걸 시사한다.
그래서 이번엔 폐암과 흑색종이 동시에 생긴 생쥐로 모델을 바꿔 실험했다.
여기에서 ART1의 발현을 억제하면 종양 내에 CD8+ T세포, 일명 킬러 T세포가 급증한다는 게 밝혀졌다.
킬러 T세포는 인간 등 포유류의 면역계에서 동원할 수 있는 최강의 암세포 공격 무기다.
ART1은 킬러 T세포의 표면 수용체(P2RX7R)와 상호작용해 T세포의 프로그램 예정사 신호를 활성화했다.
이 수용체는 암이 항암 면역을 봉쇄할 때 사용하는 분자 스위치 가운데 하나일 거로 추정됐다.



이번 연구는 '중개 의학'이 어떻게 성과를 낼 수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로 꼽힌다.
연구팀은 ART1이 폐암 환자의 종양에 발현한다는 걸 처음 발견했을 때 어떤 작용을 하는지 몰랐다.
그런데 치밀한 프로토콜(실험 절차)로 테스트를 반복한 끝에 이 효소가 항암 면역 차단에 도움을 준다는 걸 알아냈다.
ART1의 정체를 밝혀낸 연구팀은 이 효소의 기능을 차단하는 치료 항체를 개발했다.
이 항체를 투여한 생쥐 모델은 항암 면역세포의 기능이 되살아나 더 오래 살아남았다.
폐암 치료법 개발을 주목표로 삼았던 이번 연구는 뜻밖의 소득도 가져왔다.
ART1이 관여하는 면역 회피 시스템이 다른 유형의 암에서도 널리 작동한다는 게 밝혀졌다.
이번에 개발한 항체 치료제를 다른 유형의 암에도 시험할 수 있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실험용 치료 항체를 정식 면역강화 치료제로 개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che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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