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중고차 시장 진출에…"소비자 후생 개선" vs "영세업자 몰락"

입력 2022-03-17 22:17  

대기업 중고차 시장 진출에…"소비자 후생 개선" vs "영세업자 몰락"
중고차 생계업종 미지정에 희비 엇갈려…상생안 조속 마련 주문도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이영섭 기자 = 중소벤처기업부가 관할하는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가 17일 중고차 매매업을 생계업종으로 지정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하면서 대기업 완성차업계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전면 허용됐다.
국내 1위 완성차업체인 현대차[005380]가 이미 중고차 시장 진출을 공식화한 상황에서 완성차업계는 이러한 결정을 반겼지만, 시장을 빼앗길 위기에 처한 중고차 업계는 강하게 반발했다.
이에 대기업의 시장 진출로 피해를 보게 될 중소 중고차 매매업체 보호를 위해 단계적 시장진입 비율 설정 등 상생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는 주문도 제기되고 있다.



◇ 3년간 끌어온 중고차 시장 개방 논란 종지부…완성차업계 "당연한 결정"
중고차판매업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는 이날 회의에서 중고차 판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하지 않기로 확정했다고 중기부가 밝혔다.
대기업이 중고차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는 정부의 공식 허가가 떨어진 것으로, 2019년 중고차 매매업계의 생계형 적합업종 재지정 신청 후 3년간 끌어온 중고차 시장 개방 논란에 드디어 종지부를 찍게 됐다.
완성차업계는 중고차 시장 선진화와 소비자 후생을 위한 당연한 결정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현대차, 기아[000270] 등이 소속된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의 정만기 회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진입규제로 인해 그간 비정상적으로 운영됐던 중고차 시장이 이번 결정으로 정상화된 것으로 본다"며 "중고차 매매업계가 우려하는 점도 완성차 업계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상생 방안도 충분히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이어 "가장 중요한 것은 소비자 후생인데 이를 높이기 위해 제품 다양화 등에도 힘쓰겠다"며 "이번 결정이 완성차와 중고차 업계가 윈윈할 수 있는 계기가 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국내 1·2위 완성차업체인 현대차와 기아는 이번 결정에 대해 구체적 언급을 삼갔다.
다만 현대차가 이달 초 정밀 성능검사와 수리를 거친 자사 인증 중고차 출시, 시장점유율 자체 제한 등을 통한 기존 중고차 매매업체와의 상생 방안이 담긴 큰 틀의 사업 방향을 이미 공개한 만큼 이번 결정을 계기로 현대차그룹의 중고차 시장 진출 속도는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한국GM과 르노코리아자동차, 쌍용차[003620]도 완성차의 중고차 시장 진출 허용을 반기며 구체적인 진출 계획을 모색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쌍용차 관계자는 "수입차만 허용하고, 국내차는 허용하지 않는 역차별이 해소됐다"며 "중고차 시장이 개방되면 고객 폭이 확대되고, 고객이 누릴 수 있는 혜택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른 시일 내 시장에 진출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 중고차 업계 "대기업 독과점과 영세사업자 몰락 우려" 반발
대기업의 시장 진출을 반대해 온 중고차 업계는 이번 결정에 망연자실한 표정이다.
기존 중고차 매매업체들은 그간 경매로 매물을 확보해 판매하는 중고차 시장에 자금력과 브랜드 파워를 갖춘 대기업 완성차 업체가 들어오면 시장을 독점할 뿐만 아니라 가격 상승도 초래해 결국 소비자 후생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주장을 해왔다.
조병규 전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 전남조합장은 "대기업의 독과점과 그로 인한 영세 종사자들의 몰락 및 고객 피해가 우려된다"며 "시장 점유율을 일정 수준으로 제한하겠다는 대기업 측의 말은 믿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차 시장에서 현대차와 기아차의 점유율이 90%에 달하는데 이들은 고객에게 기존 차량을 자사에 팔도록 인센티브를 줄 여력도 있다"며 "사실상 대기업이 중고차를 100% 매입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해성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사무국장은 "상품 단가가 높은 업계 특성상 매출액은 많을지라도 실제 구성원의 한 달치 수입은 150만원 수준"이라며 "영세하다고 볼 수밖에 없는 업종인데 심의위는 이런 현실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현대차·기아는 이익이 많이 남는 대형차나 고급차 위주로 사업을 할 텐데 결국 중고차 시장 이윤의 30∼40%를 그쪽에서 가져갈 것"이라며 "양질의 차는 현대차가 독점하게 되는 이상한 구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소비자 후생 개선 기대…시장진입비율 제한 등 상생안 마련 주문
자동차업계는 일부 사업자들만 소매사업을 영위토록 한 기존 중고차 시장 진입규제는 다른 국가에서 선례를 찾을 수 없다는 점에서 대기업 진출 허용은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또 대기업의 중고차 판매로 판매자와 소비자간 정보 비대칭, 허위·미끼 매물 등에 따른 소비자 피해도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중고차 시장을 규제하는 국가가 없고, 대기업의 진출을 소비자가 요구했다는 점에서 오늘의 결정이 나온 것"이라며 "중고차 시장의 파이가 늘고, 시장 투명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가격 상승 우려에 대해선 "가격이 5%가량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는데 품질이 보증된 차를 사기 위해 소비자도 높아진 가격을 감수할 것으로 본다"며 "소비자 입장에선 재래시장과 할인점에 더해 브랜드 제품을 백화점에서 살 기회가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도 "한국 중고차 시장은 신차 시장의 1.3배에 불과하지만, 선진국들은 2.6배 정도 된다"며 "그만큼 우리 중고차 시장이 활성화가 안 됐다는 것인데 대기업이 들어와 선진화되고 투명한 플랫폼을 선보이면 중고차에 대한 신뢰가 높아져 전체 파이도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2013년 이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돼 사업권을 보장받았던 중고차 매매업계가 허위 매물 등의 병폐 개선에 실패한 것이 결국 대기업 진출을 허용하게 된 결과를 초래했다는 해석도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등록된 중고차 상담 건수는 4만3천903건이지만 피해구제는 이 중 2.2%인 947건에 불과했다. 전경련의 설문조사에서도 소비자 80.5%는 중고차 시장이 여전히 불투명하고 낙후됐다고 답했다.
전경련 류성원 산업전략팀장은 "적합업종의 취지가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경쟁할 수 있도록 준비할 기간을 부여하는 것"이라며 "대기업이 참여하지 못한 지난 9년간 중고차 업계는 경쟁력 강화를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결정으로 중소 중고차매매업체의 피해가 불가피한 만큼 대기업의 시장진입비율 조정 등 상생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매년 3, 5, 7, 10%의 비율로 완성차의 진출 비율을 제한하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이호근 교수는 "진출이 허용된 만큼 대기업의 양보 하에 연간 참여율을 단계적으로 높이는 것이 상생안의 한 예가 될 수 있다"며 "3∼4년간 단계적으로 조정하는 안으로 가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vivi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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