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무장관도 피해…러 공작 우려해 즉시 조사 착수
나토 상황·흑해 군함파견 계획·우크라 핵보유 입장 등 캐물어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럽 정세가 급박하게 돌아가는 가운데 영국 벤 월리스 국방부 장관이 우크라이나 총리를 사칭한 인물과 10분간 영상통화를 한 사실이 공개됐다.
영국 벤 월리스 국방부 장관은 17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오늘 데니스 슈미갈 우크라이나 총리 행세를 하는 사기꾼이 나와 통화를 시도했다"면서 "그가 잘못된 인식을 심으려는 여러 질문을 던졌고 의심스러워 전화를 끊었다"고 말했다.
아직 통화의 배후가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월리스 장관은 러시아와 관련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러시아의 어떠한 가짜정보, 왜곡, 부정한 정치공작도 러시아가 저지른 인권 침해와 우크라이나 불법 침공에 대한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릴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이후 프리티 파텔 영국 내무부 장관도 트위터를 통해 "이번 주 초 나에게도 이러한 일이 일어났다"면서 "어려운 시기에 우리를 분열시키려 하는 한심한 시도이지만 우리는 우크라이나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월리스 장관은 이 통화에 대해 즉시 조사에 나설 것을 지시한 상태다.
BBC와 스카이뉴스 등 영국매체는 국방부 관계자 등을 인용해 영상통화 프로그램인 마이크로소프트 팀즈를 통해 대화가 이뤄졌다고 전했다.
사칭범은 영국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관 관계자 명의의 이메일을 영국 정부 부처에 보냈고, 해당 부처가 국방부에 이를 전달해 통화 일정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사칭범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국방부 관리들에게 신분을 속였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사칭범은 월리스 장관과의 통화 당시 배경에 우크라이나 국기를 배치하는 등 진짜처럼 보이기 위해 여러 시도를 했고, 우크라이나 대사관을 인용한 가짜 정보를 말하기도 했다.
사칭범은 월리스 장관에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상황,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간 평화협상 등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또 영국이 흑해에 군함을 보낼 것인지나 우크라이나의 핵 보유에 대한 질문도 있었다.
영국 국방부는 사칭범의 수법을 세상에 알리는 한편, 사칭범이 영상을 편집·왜곡해 악용할 가능성을 우려해 통화 공개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bsch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