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푸틴, 전범 재판 피고인석에 설까

입력 2022-03-18 12:03  

[우크라 침공] 푸틴, 전범 재판 피고인석에 설까
2차 대전 전범재판서 히틀러·일왕 기소 무산
'발칸의 도살자' 밀로셰비치 재판중 사망…'피의 다이아몬드' 테일러 50년형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전쟁 범죄자(전범)로 지목하는 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까지 가세하면서 실제로 푸틴 대통령을 국제 법정에 세울 수 있을지에 관심이 커졌다.
1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에게 전범 혐의를 적용하는 방법 중에 가장 실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는 군 통수권자로서 책임을 묻는 방식이다.
통수권자가 범죄를 명령했거나 인지했거나 인지할 지위에 있었거나 또는 묵인했다면 이를 상대로 포괄적으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가 지목한 러시아의 전쟁 범죄 혐의는 민간인에 대한 조준 공격이다.
러시아가 침공 초기 우크라이나군의 예상치 못한 거센 저항으로 주춤하면서 민간인을 노려 의도적으로 공격했다는 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주장이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러시아군이 조직적으로 민간인을 골라서 조준했다는 점이 입증돼야 할 것으로 본다고 WSJ은 전했다.
전쟁 범죄를 조사해 판단하는 경로는 크게 네 가지가 있다.
우선 개인의 전쟁 범죄 문제를 다루는 국제형사재판소(ICC), 유엔 국제사법재판소(ICJ)가 대표적이다.
이미 ICC는 이미 이번 침공 과정에서 전쟁 범죄가 있었다고 볼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면서 39개국에서 조사 승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도 이번 침공과 관련해 ICJ에서 러시아에 대한 법적 절차를 시작한 상태다.
세번째 경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유럽연합(EU), 미국 등 관련 기구와 국가가 푸틴 대통령을 피고인으로 세울 국제 전범 재판소를 개설하는 것이다.
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5∼48년 나치 독일 전범을 처벌하기 위해 독일에 개설한 뉘른베르크 국제군사재판이 비슷한 사례다.
전쟁 막바지 미국, 영국, 소련 등 연합국은 얄타 회담, 포츠담 회담 등을 열어 종전 후 나치 전범을 이런 경로로 처벌하기로 협정을 체결했다.
이후 프랑스가 가세하면서 4개국 재판관, 검사 등으로 구성된 재판소가 개설돼 총 24명을 기소했다.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한 것으로 알려진 아돌프 히틀러 독일 총통 등 일부 핵심 인사는 재판소에 서지 않았다.


네번째 경로는 한 국가가 자국법을 적용해 전범을 자체로 재판하는 것이다.
독일은 이미 푸틴 대통령을 상대로 조사에 착수했다. 미국에는 이런 법은 없지만 법무부 차원에서 러시아의 학살, 고문, 소년병 징집, 여성 신체 훼손 등을 포함한 혐의를 들여다보고 있다.
하지만 이들 경로 중 푸틴 대통령에게 적용될만한 것이 있는지는 불분명하다고 가디언은 짚었다.
러시아는 2016년 ICC에서 탈퇴해 회원국이 아니며 전범 혐의자가 있더라도 이를 넘겨줄 가능성도 희박하다는 것이다.
ICJ도 상황은 비슷하다.
ICJ에서 유죄 판결이 나온다 해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판결을 집행하기까지는 요원하기 때문이다.
ICJ 판결을 유엔 안보리가 러시아를 유죄로 판단하더라도 그 판결의 집행은 유엔 안보리에 의해 담보되어야 하는 만큼 러시아가 안보리에서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실질적인 제재는 어렵다.
유엔이나 관련 국가가 연합해 전범 재판을 열 국가를 지정할 수도 있지만 푸틴 대통령을 실제로 그곳에 오게 하는 것은 어렵다고 가디언은 내다봤다.
과거 전범 재판 사례로는 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군 전범을 처벌하기 위해 1946년 일본 도쿄에 개설된 극동국제군사재판 등이 있다.
이 재판에서는 당시 일왕 쇼와를 기소할지가 쟁점이었는데 그의 범죄를 입증하지 못해 사형까지 끌어내지 못한다면 일본 민심에 반감을 살 수 있다는 우려로 기소를 피해갔다.
최고권력자가 처벌된 사례도 있다.
1990년대 유고슬라비아 내전을 일으킨 '발칸의 도살자' 슬로보단 밀로셰비치는 1999년 유엔 산하 국제유고전범재판소(ICTY)에 기소돼 2001년 체포됐으며, 전쟁 범죄, 학살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다가 2006년 감옥에서 사망했다.
라이베리아 독재자인 찰스 테일러도 잔혹한 전범으로 이름을 남겼다.
그는 1990년대 내전을 일으켜 2003년까지 대통령을 지냈는데, 이 기간 이웃국과 시에라리온의 다이아몬드를 노리고 반군을 부추긴 이른바 '피의 다이아몬드' 사건의 주도자다.
당시 테일러의 지원을 받은 시에라리온 반군은 소년병, 소녀병을 징집했고 잔학 행위를 일삼아 11년 내전 기간 12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테일러는 2012년 ICC 산하 시에라리온특별법정(SCSL)에 세워져 징역 50년 형을 받았다.
newglas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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