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개인적 오명 씌워 동맹결집, 중국엔 '러 지원 말라' 경고"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전쟁 범죄자라고까지 몰아세운 것은 동맹을 결집하고 중국에 경고를 날리려는 의도라고 뉴욕타임스(NYT)가 17일(현지시간) 분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푸틴 대통령을 '전범'이라고 처음 규정하면서 지난달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최고조로 비난 수위를 끌어올렸다.
바이든 대통령은 "진심에서 우러나와" 이런 발언을 했다는 게 한 측근의 전언이다.
러시아의 무차별 폭격으로 어린이를 포함한 민간인 희생이 속출하는 데 따른 반응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과거 미국 대통령들은 냉전 시절 러시아가 일촉즉발 상황까지 핵위기를 끌어올렸을 때도 이번처럼 러시아 대통령에게 '왕따', '전범' 등의 꼬리표를 붙이려는 듯한 방식으로 비난하지는 않았다는 게 NYT의 해석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범' 발언에서 그치지 않고 다음날에도 '살인 독재자' '완전한 폭력배' 등의 어휘를 써가며 푸틴 대통령에게 오명을 덧씌우려는 발언을 이어갔다.
이런 발언은 미국의 전략적 결정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고 NYT는 진단했다.
푸틴 대통령을 전범으로 규정하는 것은 바이든 행정부가 서방 동맹을 결집하는 동시에, 중국에는 러시아를 지원하지 말라는 경고장을 날리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은 동맹국을 대동한 대러시아 제재 목표로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군 철수를 내세웠는데, 정작 푸틴 대통령이 이런 제재를 러시아 내 분란을 유도하려는 의도로 받아들인다고 몇몇 국가의 외교·정보 당국자들은 보고 있다.
이런 제재가 러시아 특권층뿐만 아니라 대중도 푸틴 대통령에게서 등을 돌리게 만들려 한다는 시각에서다.
일단 백악관 관계자는 '러시아 정권 교체'가 미국의 전략 기조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과거 미국은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시리아의 바샤르 알 아사드 등에게 '전범' 딱지를 붙이고 은밀하게 또는 대놓고 이들의 축출을 꾀했다.
또 수많은 미 당국자들은 익명을 전제로 푸틴 대통령이 자리를 지키는 한 우크라이나가 안전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고 NYT는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전범' 딱지를 붙인 게 푸틴 대통령이 처음은 아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2007년 회고록에서 1990년대 유고슬라비아 내전을 일으킨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당시 대통령을 '전범'으로 지칭했다.
'발칸의 도살자'라고도 불린 밀로셰비치는 1999년 유엔 산하 국제유고전범재판소(ICTY)에 기소돼 2001년 체포됐으며, 전쟁 범죄, 학살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다가 2006년 감옥에서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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