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방송 DJ로 나서 직접 고른 반전 메시지 11곡 전하며 평화 기원
(도쿄=연합뉴스) 박성진 특파원 = "우크라이나에서 누구도 원하지 않는 전쟁이 시작됐다. 음악이 전쟁을 중단하게 할 수 있을까. 아마 어려울 것이다. 그렇지만 음악을 듣는 이들에게 전쟁을 멈추게 해야 한다는 생각을 불러일으킬 수는 있다."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18일 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 반전 메시지를 담은 라디오 방송의 DJ로 나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날 오후 11시부터 55분간 방송된 도쿄FM의 특별 프로그램 '무라카미 라디오―전쟁을 멈추게 하기 위한 음악'을 진행했다.
무라카미는 자신이 소장하고 있는 CD와 레코드에서 반전 메시지가 담긴 총 11개의 곡을 직접 골라 틀면서 가사와 노래의 배경을 일본어로 설명했다.
매년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무라카미는 재즈 애호가로 자신의 소설에서도 재즈와 클래식 음악 등을 많이 담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가 이날 처음으로 내보낸 곡은 미국의 싱어송라이터인 제임스 테일러의 '네버 다이 영'(Never Die Young)이었다.
무라카미는 이 곡을 두고 "반전 음악은 아니지만, 젊은이의 죽음에 대한 노래"라면서 "어른들이 만든 전쟁에 젊은이가 죽는 일은 예전부터 있었지만 슬프다"고 전쟁을 비판했다.
이어 1940∼50년대 활동한 미국 유명 포크 밴드 '더 위버스'(The Weavers)의 '라스트 나이트 아이 해드 더 스트레인지스트 드림'(Last Night I Had the Strangest Dream)을 틀면서 한국전쟁이 벌어졌던 때 작곡된 반전 음악이라고 소개했다.
베트남전이 한창이던 1971년 발표된 평화와 반전 메시지를 담은 존 레논의 '이매진'(Imagine)과 노벨문학상을 받은 미국의 전설적인 싱어송라이터 밥 딜런의 '블로잉 인 더 윈드'(Blowin' in the Wind)도 라디오에서 흘러나왔다.
무라카미는 11번째 마지막 곡으로는 찬송가인 '어메이징 그레이스'(Amazing Grace)를 선곡했다.
이 곡은 영국 성공회 존 뉴턴 신부가 흑인 노예무역에 관여한 자신의 과거를 후회하고 이 죄를 사해준 신의 은총에 감사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는 "전쟁을 그만두게 하자는 마음이 모여 조금씩이라도 힘이 될지도 모른다"고 말하며 평화를 기원했다.
sungjin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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