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우크라 의용군 지원자 다수는 실전 경험 없어"

입력 2022-03-21 13:50   수정 2022-03-21 13:51

[우크라 침공] "우크라 의용군 지원자 다수는 실전 경험 없어"
WP, 지원자 인터뷰 "경험은 MMA수업이 전부…총은 사격장에서만"
일각선 빠른 일처리 발목잡는 '관료제' 비판도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세계 각국에서 우크라이나 편에 서 싸우려는 의용군이 모여들고 있지만 이들 중 다수는 실전 경험이 없는 상태라고 미국 매체 워싱턴포스트(WP)가 20일 보도했다.
WP는 최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에서 만난 의용군 지원자 등에 대한 인터뷰를 바탕으로 이같이 전했다.
우크라이나 정부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영토방어 국제 부대'에 참여 의사를 보인 외국인은 미국인 4천명을 포함해 약 2만명 가량이다. 이들은 계약 이후 매월 사병 임금 수준인 3천 달러(약 363만원)를 받으며 종전 때까지 전투에 나서게 된다.
우크라이나는 전투 부대 외에도 요구 수준이 비교적 낮고 쉽게 고국으로 돌아갈 수 있는 다른 의용군 조직도 운영 중이다.
이런 가운데 일부 지원자들은 우크라이나 정부의 의용군 프로그램이 체계적이지 못하다는 불만을 내놓고 있다.
과도한 행정작업으로 계약이 지연되고 있으며, 무기 지급이나 훈련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고, 계약 후 부대 배치도 수일씩 소요된다는 것이다.
이런 지적에 대해 우크라이나 군은 전투 경험이 있는 지원자들을 걸러내기 위한 철저한 검증 절차라고 반박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아무 경험이 없는 지원자는 이곳에서 쓸모없다"면서 "그런 사람들에게는 다른 일에 자원하도록 권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의용군 지원자 중 상당수는 아무런 전투 경력이 없는 경우가 많다고 WP는 지적했다.
한 미국인 지원자는 WP 인터뷰에서 미국에서 편도 비행기표를 끊어 우크라이나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격장에서 총을 쏴봤지만 '전투' 경험은 종합격투기(MMA) 수업에서뿐이라고 털어놨다. 가족에게는 피란민의 폴란드 입국을 돕는다고 둘러댄 상태다. 우크라이나어도 하지 못한다.
그는 "민주와 자유는 전세계에 매우 중요하다"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행위는 잘못됐다. 우크라이나가 약자인 만큼 도움이 필요하다"고 자신의 신념을 밝혔다.
이 지원자는 민병대가 대부분인 키이우 북부 국토방어 부대에 배치됐으나 무기, 헬멧, 방탄조끼를 지급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WP에 "이곳에 온 지 보름이 됐는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우크라이나 당국의 대처에 대한 비판도 일부 나온다.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8년간 친러 분리주의 세력과 전투해온 조지아인 부대의 한 지휘관은 "전쟁 중에도 관료제 문제가 크다"며 "매우 아마추어 같다"고 당국을 비판했다.
WP는 공습과 포격이 이어지는 현대전 상황에서 정치적 신념이나 모험을 추구하는 지원자들의 낭만은 곧바로 사라진다고 평가했다.
이어 외국인 지원자들이 군인·의료지원·군수 등의 분야에서 어떤 효용이 있을지는 불분명하며, 정 안될 경우 우크라이나에 대한 국제적 지지를 보여주는 정도가 될 것으로 봤다.
하지만 미국인이 러시아 부대에 의해 생포될 경우 러시아의 선전전에 활용되는 등 골칫거리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고 WP는 덧붙였다.
bsch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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