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바이든 경고에도 중국 '대러 교역 계속' 방침

입력 2022-03-21 18:28  

[우크라 침공] 바이든 경고에도 중국 '대러 교역 계속' 방침
친강 주미대사 인터뷰…직접적 군사 지원에는 선 그어
중러 교역 178조원…美 '2차 제재' 카드 쥔 채 견제할듯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러시아를 지원하면 후과가 있을 것이라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경고를 받은 중국이 러시아와의 정상적인 교역을 유지할 것임을 분명히 하는 한편, 대러 군사 지원은 모호한 표현으로 부인했다.
미중 정상의 영상통화 이틀 뒤인 20일(현지시간) 미국 방송 CBS에 출연한 친강 주미 대사의 발언을 통해 중국은 이 같은 입장을 피력했다.
친 대사는 '중국은 러시아에 돈과 무기를 보낼 것인가'라는 질문에 "중국이 러시아에 군사 지원을 할 것이라는 허위 정보가 있다"며 "우리는 그것을(허위정보를) 거부(reject)한다"고 답했다. '거부'라는 표현에 대해 주미중국대사관은 홈페이지에 '반대(反對)'로 번역했다.
친 대사는 이어 '(돈과 무기를) 보내지 않겠다는 것인가'라는 확인 질문에 "중국이 하고 있는 것은 식품과 약품, 침낭, 유아용 분유를 (우크라이나 측에) 보내는 것이다. 그것들은 무기와 탄약이 아니다. 우리는 전쟁에 반대하며, 위기를 완화하기 위해 모든 것을 다할 것"이라고 답했다.
또 '러시아에 재정 지원을 하지 않을 것이냐'는 진행자의 물음에 "중국은 러시아와 정상적인 무역, 경제, 금융, 에너지 협력 관계가 있다"고 답했고 '그 관계를 바꾸지 않겠다는 것인'라고 재차 묻자 "이는 세계무역기구(WTO) 규칙들을 포함해 국제법에 기반한 두 주권국간 정상적인 비즈니스"라고 답했다.
◇직접적이고 공개적인 대러 군사 지원엔 선 그어


무기와 탄약을 보내지 않는다는 친 대사의 발언을 액면 그대로 해석하면 직접적이고 공개적인 대러 군사 지원에는 선을 그은 것으로 들린다.
이미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통화 때 "중국은 역대로 전쟁에 반대했다"고 밝혔고, 왕이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20일 기자회견에서 "지역 및 국제사회 핫이슈에 대처할 때 전쟁과 제재만이 유일한 옵션이 아니며, 대화와 협상이 근본적 해결의 길이라는 것이 모두의 보편적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법을 위반해가며 침공을 감행했다는 비판을 받는 러시아에 공식적으로 군사 지원을 하는 것은 '전쟁 반대' 입장과 모순될뿐더러 중국이 이번 사태 이전부터 역설해온 주권 독립과 영토 보전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4천여 km에 달하는 중·러 국경을 활용해 은밀하게 군사 물자를 제공하는 방안도 이론상 가능하지만 미국과 유럽이 양국의 군사 공조 움직임을 고도로 견제하는 상황이라 상당한 부담이 따르는 옵션이라는 게 관측통들의 분석이다.
또 중·러가 근년 들어 합동 군사훈련을 통해 자국 무력의 속살을 상대에게 일부 공개했다고는 하지만 무기를 공급받고 그에 수반되는 인력을 수용하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로, 고도의 신뢰가 있어야 가능한 것이라는 지적이 존재한다.
미국에 맞서 전략적 협력을 고도로 강화하고 있는 러시아와 중국이지만 옛소련시절 공산 진영에서 치열하게 갈등했던 두 나라에 서로 무기를 주고받을 만한 신뢰 관계가 형성돼 있는지에 대해서는 견해가 엇갈린다.
다만 친 대사가 명확하게 '군사 지원을 하지 않는다'고 포괄적으로 선언하지 않고 무기와 탄약을 보내지 않는다고 표현한 것은 간접적인 형태의 군사 지원 여지를 남겨 둔 '의도한 모호성'을 보인 것일 수 있다는 해석도 가능해 보인다.

◇작년 178조원 규모 중러 교역 '유지'…미국의 '레드라인' 주목


친 대사는 중·러 간 교역, 경제, 금융, 에너지 등의 협력이 국제법에 기반한 정상적인 관계임을 강조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1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러시아에 경제 지원이나 원조를 제공할 것이냐'는 질문에 "러시아 측과 평등, 호혜, 상호 존중의 기초 위에서 정상적인 무역 협력을 전개할 것"이라고 답했다.
중국과 러시아의 지난해 무역 규모는 1천468억7천만 달러(약 178조원)로, 중국은 12년 연속 러시아의 최대 교역국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 같은 교역 규모는 최악의 제재에 직면한 러시아에 '생명줄'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서방의 판단이다.
지난 8일 러시아산 원유, 가스, 석탄에 대해 독자적으로 수입 금지 조처를 내린 미국에 이어 향후 유럽도 러시아산 에너지 보이콧에 동참하더라도 중국이 도입량을 늘릴 경우 미국과 유럽의 제재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이미 중국은 미국의 제재를 받는 이란과 베네수엘라에서 지난해 원유 수입을 크게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 1월 원유 시장조사업체 케이플러 자료를 인용해 미국의 제재 위협에도 지난해 중국 업체들이 이란과 베네수엘라에서 수입한 원유가 3억2천400만 배럴로 전년 대비 53%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국제 유가가 이미 급등한 상황에서 현재 수준보다 낮은 가격으로 계약하더라도 중국은 이득을 보는 한편 러시아는 서방의 제재에 따른 손실을 만회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 미국의 제재 경고만으로 대러 거래 중국 기업들 위축될 가능성
결국 직접적이고 공개적인 대러 군사 지원은 하지 않되, 대러 경제 관계는 이어간다는 것이 미중 정상 통화 이후 중국의 정리된 입장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미국이 중·러 간 정상적인 무역 거래에 타격을 가할 수 있는 대 중국 2차 제재(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 카드를 뽑아 들지 여부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
현재까지 중·러 간 정상적인 교역에 대해 미국이 생각하는 '레드라인'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미국이 2차 제재 카드를 사용하지 않고 꺼내 들기만 한 상황에서도 러시아와 거래하는 중국 기업과 금융기관들을 움츠러들게 만드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향후 우크라이나 사태 전개 과정에서 미국과 중국은 중·러 교역 규모와 미국의 대중국 2차 제재 카드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채 치열한 신경전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jh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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