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확전 때는 원유 공급 차질 불가피"…이례적 경고
(테헤란=연합뉴스) 이승민 특파원 = 최근 예멘 반군 후티(자칭 안사룰라)의 공격을 받은 사우디아라비아가 국제유가 폭등은 자국 탓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유가가 상승세를 보이자 사우디에 대규모 증산을 요구했으나, 사우디는 이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사우디 외무부 관리는 21일(현지시간) 국영 SPA 통신을 통해 세계 원유 시장 불안은 예멘 반군의 악의적인 공격 때문이며 사우디는 가격 불안에 대한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란이 진보된 무인기(드론)와 탄도미사일 기술을 후티에게 전수하고, 이들 무기가 사우디의 주요 석유 시설을 공격해 원유 공급 차질을 일으키는 행태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해야 한다"며 국제사회의 공동 대응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에너지 시장이 극도로 예민한 상황에서 국제 사회는 이란의 지원을 받는 후티의 테러에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면서 "이런 공격이 계속된다면 원유 공급 차질은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AP 통신은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우디 관리가 관영 언론을 통해 원유 공급과 관련한 경고를 발표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해석했다.
전날 예멘 반군은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 시설을 동시다발적으로 공격했다.
사우디 에너지부는 홍해 연안 도시 얀부의 아람코 정유 시설이 무인기 공격을 받아 한때 생산 차질을 빚었다면서 "이번 혼란은 재고 원유를 활용해 보완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예멘 반군의 사우디 정유 시설 공격은 자주 있는 일이지만, 사우디군은 대부분의 공격을 무력화했다고 주장한다.
사우디 당국이 예멘반군의 공격으로 원유 생산이 차질을 빚었다고 확인한 것은 이례적이다.
아민 나세르 아람코 최고경영자(CEO)는 21일 성명을 내고 "이런 공격이 격화된다면 그때는 원유 공급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국제사회의 관심을 호소했다.
미국과 사우디의 관계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취임한 이후 급격히 경색됐다.
바이든 행정부는 사우디 왕실을 비판해온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배후로 사우디 실세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를 지목했다.
나아가 바이든 행정부는 사우디가 예멘 내전을 장기화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일부 무기 판매도 중단했으며 인도주의 위기를 들어 후티 반군을 테러 명단에서 제외했다.
이런 일련의 마찰은 바이든 정부가 최근 에너지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걸프국과 협상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해 왔다.
예멘 내전은 2014년 발발한 이후 이란과 사우디의 대리전 양상으로 번졌다.
유엔은 지난해 말 기준 예멘 내전으로 인한 직·간접적 사망자를 37만7천명으로 추산했다.
logo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