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타임스 분석…"노보로시야 재건의 기반, 경제적 가치도 커"
'네오나치' 영향받은 '아조프 대대' 근거지 분쇄는 선전전에 중요
(파리=연합뉴스) 추왕훈 특파원 =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부터 아조우(아조프)해의 항구도시 마리우폴을 포위한 채 맹렬한 공격을 퍼붓고 있지만, 아직 함락하지 못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마리우폴을 지키는 우크라이나군 병력은 물론 민간인들도 무차별 공격에 희생되고 있지만, 러시아군도 적지 않은 피해를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타임스는 21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이 이처럼 마리우폴 점령에 집념을 보이는 것은 크림반도와 돈바스의 연결 등 기존에 알려진 전쟁 목표 달성 이외에도 전략적 의미가 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크림반도는 지난 2014년 러시아가 손쉽게 합병했으나 러시아 본토와는 다리 하나로만 연결돼 있을 뿐이어서 경제적, 군사적으로 취약했다.
러시아가 마리우폴을 차지하게 되면 크림반도는 돈바스와 육지로 연결돼 '고립된 섬'의 처지에서 벗어나게 된다. 또 우크라이나의 아조우(아조프)해 연안은 모두 러시아가 통제할 수 있게 되고 남은 흑해 해안 지역을 압박하는 교두보로 활용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군사 분석가 저스틴 크럼프는 "마리우폴이 점령되면 오데사와 미콜라이우 등 남은 흑해변 항구 도시들도 취약해진다"면서 "그 경우 돈바스에서 몰도바의 친러시아 반군 근거지인 트란스니스트리아까지 연결해 오랫동안 러시아 민족주의자들이 꿈꿔온 '노보로시야'의 재건이 실현 가능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보로시야는 옛 러시아제국의 일부였던 지역명으로 오늘날의 우크라이나 남부에 해당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역사 속의 노보로시야를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일부라는 주장의 근거로 제시한 바 있다.
마리우폴은 경제적으로도 가치가 큰 도시다. 밀과 보리, 옥수수 등을 중·근동 국가에 수출하는 항구이며 철강, 중소형 선박 건조 등 산업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마리우폴의 점령은 무엇보다 군사적으로 러시아에 아주 중요한 의미가 있다. 우선 이 도시에 투입된 최대 6개 대대전술그룹(BTG)의 총 6천명에 이르는 정예 병력과 군사 장비를 우크라이나의 다른 지역 공격에 돌릴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이들 BTG를 동부 전선에 포진한 우크라이나군 주력 부대를 고립시키거나 포위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서방 당국자들은 우크라이나군에서 가장 효율적이고 유능하며 최고로 훈련이 잘된 동부 전선의 주력군을 포위해 붙잡아 두는 것이야말로 러시아의 군사작전 성공에 필수적인 과제라고 지적한다.
전략학국제연구소의 요한 미셸 분석가는 "마리우폴을 점령하면 여기에 묶여 있던 러시아군이 다른 작전에 투입될 수 있다. 우크라이나인들에게는 우려할 만한 일"이라고 밝혔다.
러시아의 입장에서는 마리우폴이 '아조프 대대'의 근거지라는 점도 중요하다. 크럼프 분석가는 "러시아와 열렬히 싸워온 그들은 네오나치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푸틴 대통령의 전쟁 명분인 '비나치화'의 정당성을 입증하는 데 이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러시아는 '아조프 대대'를 분쇄하고 대원들을 재판에 넘기는 것이 선전전에 매우 중요하다고 그는 풀이했다.
cwhyn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