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소련 이동식 미사일 SA-8 등 포함…비행금지구역 설정 효과 기대
바이든 유럽 방문 계기로 유럽 통한 우크라 간접 지원 활발해질듯
(뉴욕=연합뉴스) 강건택 특파원 = 미국이 과거 수십 년간 몰래 수집해온 옛 소련제 방공시스템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러시아의 공습과 미사일 공격에 시달리는 우크라이나의 방어능력 증강을 위한 이번 지원에는 소련의 이동식 미사일 방공시스템인 SA-8이 포함됐다고 미 정부 관리들이 전했다.
이러한 시스템은 소련 붕괴 후 비슷한 종류의 장비를 물려받은 우크라이나군에 친숙한 무기여서 사용하기 편리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그동안 러시아군이 사용하는 기술을 연구하기 위한 목적으로 소수의 소련제 미사일 방어시스템을 취득해 분석해왔다.
비밀리에 진행하던 이 프로그램은 지난 1994년 앨라배마주 헌츠빌공항에서 소련제 초대형 수송기가 포착되면서 처음 대중에 알려졌다.
당시 이 수송기는 미국이 벨라루스에서 1억 달러를 내고 비밀리에 구입한 S-300 미사일 시스템을 싣고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벨라루스산 S-300은 이번 우크라이나 지원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았다고 한 관리가 WSJ에 밝혔다.
최근 미 의회에서 통과된 국방예산법안에는 미 행정부가 우크라이나군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군에 비행기, 탄약, 차량 등의 군사장비를 이전할 수 있게 허용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이미 S-300을 포함한 러시아제 방공시스템 일부를 보유하고 있으나, 최근 러시아의 공습을 막기 위해서는 중장거리에서 운용 가능한 방공무기가 절실하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미국과 나토 국가들이 우크라이나에 공급한 스팅어 휴대용 대공미사일은 유효사거리가 5km 정도에 그쳐 헬리콥터나 저공비행 하는 항공기에만 유용하기 때문이다.
특히 소련제 방공시스템 제공은 우크라이나에 사실상의 비행금지구역 설정과 같은 효과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미국은 기대하고 있다.
최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앤서니 블링컨 국무장관,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의 동유럽 방문에 이어 조 바이든 대통령도 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브뤼셀을 방문할 예정이어서 유럽을 통한 대우크라이나 간접 지원도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오스틴 국방장관은 지난주 슬로바키아를 찾아 슬로바키아가 보유 중인 S-300을 우크라이나에 보내면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 미국산 방공시스템을 대신 공급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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