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와 반미동맹 구축 외에도 우크라 사태 장기화가 中에 유리 판단
3연임 앞둔 시진핑의 리스크 노출 회피·분쟁중재 경험부족도 영향
(뉴욕=연합뉴스) 고일환 특파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중국이 눈에 띄는 외교적 역할을 하지 않는 데 대해 다양한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22일(현지시간) 중국이 사태 해결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는 이유를 분석했다.
일단 중국이 우크라이나 침공에 침묵하고, 사실상 러시아 편에 선 가장 큰 이유는 중국과 러시아의 밀접한 관계 때문으로 보인다.
국제사회에서 반미라는 목표를 공유하는 양국은 다양한 사안에서 공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실제로 중국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확장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불렀다는 시각을 보이는 등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질서에 적대적인 시선을 감추지 않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중국은 우크라이나 사태 자체가 자신들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NYT는 최근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산하 경제매체인 중훙망이 개최한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중국 전문가들의 세미나에서 "서둘러 전쟁을 끝낼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 제기됐다고 소개했다.
"전쟁에 휘말리지 않고 강 건너편에서 지켜보면 된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미국을 비롯해 유럽과 러시아의 국력을 소모하게 하고 있으니 중국 입장에선 그냥 지켜보는 것이 유리하다는 취지다.
중훙망은 이후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세미나의 요약본을 인터넷에서 삭제했다.
또한 시진핑 국가주석이 우크라이나 사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을 꺼린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3 연임을 앞둔 시 주석은 우크라이나 사태에 발을 들이면 불필요한 정치·경제적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중국의 셈법을 감안해 미국 정부 내에서도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시 주석을 믿을 수 없다는 시각이 만연한 것으로 알려졌다.
NYT는 일부 미국 정부 관리들은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중국의 태도를 북한의 핵무기개발 프로그램에서 보인 중국의 태도와 비교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외적으로 북한에 대해 핵 개발 중단을 요구하면서도 국제사회의 충격을 피할 수 있도록 각종 지원을 해온 것처럼 러시아를 지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거리를 두는 중국과는 달리 터키와 이스라엘 등 국제사회에서 중국보다 영향력이 크지 않은 국가들이 현재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선 상황이다.
NYT는 중국이 경제·군사적으로는 국제사회에서 초강대국으로 부상했지만, 국제사회에서 각종 협상을 주도한 경험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kom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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